[여행노트] 미니밴 타고 떠난 세 가족 좌충우돌 '캐나다 로키'여행기 ②재스퍼국립공원
[여행노트] 미니밴 타고 떠난 세 가족 좌충우돌 '캐나다 로키'여행기 ②재스퍼국립공원
  • 강지윤 기자
  • 승인 2021.08.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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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물맛, 지구의 속살을 들여다 본 오늘 이 자리를 기억할까?
당연한 듯 무심히 지나쳤던 발 아래는 얼마나 귀한 자리인가.

 

아싸바스카 빙하 위에서 컬럼비아 빙원의 일부를 경험한다. 뒤로 거대한 설상차가 조그맣게 보인다.  강지윤 기자.
아싸바스카 빙하 위에서 컬럼비아 빙원의 일부를 경험한다. 뒤로 거대한 설상차가 조그맣게 보인다. 강지윤 기자.

 

레이크 호수를 보기 위해 지난밤에 묵은 롯지에서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아침 식사 후 출발을 했지만 주차장은 이미 통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른 곳에 주차를 하고 오라는 것이다. 아뿔사, 이건 최악의 경우가 아닌가. 하는 수 없이 가족을 모두 내려주고 사위 혼자서 주차를 하고 오겠다며 자리을 떠났다. 부지런한 남편은 그사이 주차할만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러 가고.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호숫가로 갔더니 이미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호숫가는 만원이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물가에서 장난이 한창이다. 그때 손녀딸이 그만 미끄러져 옷을 적시고 말았다. 젖은 옷을 수습하고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아직 주차하러 간 사위나 주차할 곳을 알아보러 떠난 남편, 둘 다 소식이 없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났다. 인근에 주차할 데가 없으면 점점 레이크 호수에서 멀어질텐데....

딸은 우리가 온 길을 되짚어 상황을 보러 떠나고, 남겨진 세명의 손주와 나는 주차장 입구 로터리에서 아이들과 온갖 게임과 놀이를 해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은 점점 따가워지고 놀이도 시들해진 아이들도 걱정이 되는지 시무룩하다. 애초에 헤어질 때 처음 들어올 때 왔던 길을 가기로 약속을 해 두었었다. 나는 끝말잇기에 노래 이어 부르기까지 온갖 궁리를 해가며 세 아이와 함께 길을 따라 내려갔다. 30분이나 걸어 길 한복판에서 모두 만나게 된 가족은 이산가족 상봉이 무색하게 반가웠다.

덕분에 곳곳에 숨겨진 작은 호수들과 폭포, 하늘을 가리는 무성한 숲에서 쉬어가는 한 페이지를 갖는 시간이 되었다.

1887년 개장된 가장 오래된 밴프 스프링스 호텔. 현재는  새로운 모습으로 개축되엇다. 온천과 가까운 보우폭포 바로 위에 있다.  강지윤 기자.
1887년 개장된 가장 오래된 밴프 스프링스 호텔. 현재는 새로운 모습으로 개축되었다. 온천과 가까운 보우폭포 바로 위에 있다. 강지윤 기자.

 

-모레인호수(Moraine Lake)

로키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참 많다. 호수 주변의 침엽수림과 특유의 물 빛깔.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 로키에서 가장 알려진 호수로는 ‘레이크 루이스’를 떠올리지만 ‘모레인호수’를 꼽는 사람도 많다. ‘레이크 루이스’로부터 남서쪽으로 약15km 떨어진 산중에 있다. ‘모레인호수’ 또한 탐방객이 너무 많아 오전 6시부터 포화상태가 된다고 한다. 호수로 들어오는 진입로에는 거대한 캠핑카들이 자주 눈에 띤다. 만만치 않은 이동거리에 숙소 잡기도 힘드니 아예 캠핑카를 렌트해서 떠나는 여행객들이 많다는 얘기다.

오후 4시쯤 도착했을 때, 운 좋게도 주차장에 빈 곳이 있었다. 호수를 조망할수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호수와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10여 개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모레인 호수는 해발 1887m에 있어 6월이 되어야 빙하가 녹아 호수에 물이 가득하게 된다. 7월에 수위가 가장 높다고 한다. 호수 주위에는 짧은 트레킹 코스부터 만년설이 덮인, 이틀이 걸리는 록파일 트레일(Rockpile Trail)까지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호수 뒤에 해발 3234m의 페이빙하와 거대한 산봉우리들이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빙하에 녹아있는 유기물과 돌가루가 햇빛에 산란되어 청옥색으로 빛나는 수면위로 비치는 봉우리들이 그려내는 경이로운 풍경과 신성함에 압도되어 잠시 말을 잃는다.

◇ 재스퍼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

캐나다 알버타주 서부에 있으며 밴프에서 약 300km(4시간 정도) 북쪽에 있다. 1907년 경관이 좋은 산악지형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공원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않은 자연과 산, 계곡, 폭포, 호수, 거대한 컬럼비아 빙원의 일부도 이 공원에 있다. 또한 곰, 사슴, 순록, 엘크, 퓨마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재스퍼 밴프간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아름다운 봉우리들에 둘러쌓인 이곳은 캐나다 로키산맥의 인기있는 휴양지가 되었다. 야생동물이 있어 이따금 차가 정체되기도 한다. 차들이 지나갈만 하면 서행으로 가지만 내려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도 야생곰과 사슴 등을 몇 번이나 만났다. 덕분에 지체가 있었지만 다들 느긋하게 야생동물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컬럼비아 빙원(Columbia Icefield)

컬럼비아 빙원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골을 타고 흐른다. 아주 오래전의 물이라며 마시고 즐거워들 한다.
컬럼비아 빙원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골을 타고 흐른다. 아주 오래 전의 물이라며 마시고 즐거워들 한다.  강지윤 기자.

 

캐나다 로키의 상징이자 북극 다음으로 큰 얼음평원이다. 이 빙원의 녹은 물이 대서양, 태평양, 북극해로 흐르는 강을 이룬다. 컬럼비아 빙원은 2만 년 이상된 빙원인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갈수록 크기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 빙원은, 특수 제작된 설상차를 타고 우리가 밟을수 있는 아싸바스카 빙하 위로 올라가서 볼 수 있다. 허락된 구역 외에는 출입이 어려운 데 곳곳에 크레바스가 있어 빠지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 일반버스를 탔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빙하에 간다고 흥분상태. 버스로 설상차를 타기 위한 중간 지점으로 이동했다. 바퀴의 지름이 내 키보다 훨씬 큰 거대한 설상차를 타고 경사진 언덕을 오른다. 일반인이 오를수 있는 빙원에는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아이들은 미끄러지면서도 신이 났다. 한여름의 눈싸움에 이어 오늘은 빙판놀이에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을 마시기도 한다. 아이들은 나중에 기억을 할까. 빙하가 녹은 물맛을. 지구의 속살을 들여다 본 오늘 이 자리를. 당연한 듯 무심히 지나쳤던 발 아래가 문득 얼마나 귀한 자리인가 싶다.

-멀린 호수(Maligne Lake)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중 하나로, 빙하호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투명한 물빛과 규모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남북의 길이가 22km, 폭은 1.5km다. 호수 주위로는 해발 2500m가 넘는 산들이 만년설을 이고 줄지어 늘어서 있고 호수 가운데 위치한 스피릿 아일랜드(Spirit Island)가 특히 유명하다. 호수에서는 낚시, 카약, 카누, 하이킹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수 있다.

아이들 셋과 딸 부부는 카약을 타고 직접 노저어 호수를 둘러 보기로 하고, 우리 부부는 호수를 일주하는 유람선을 선택했다. 물보라 너머로 이름처럼 삐죽뾰죽한 바위산들이 흰눈을 이고 있는 로키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스피릿 아일랜드가 거울 비치듯 물 위에도 떠있다. 나중에 만난 아이들은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할머니 내가 호수에서 노를 저었어요 아빠랑요. 이제부터는 배타게 되면 내가 노 저을거에요...” “저두요, 저두요...” 아이들에겐 멋진 풍경을 보는 것보다 생생한 경험과 자신이 뭔가를 해 냈다는 성취감이 가장 멋진 선물이 되었다.

◇캔모어(Canmore)

밴프국립공원 중심도시 밴프에서 30분 거리, 밴프에서 캘거리 가는 길목에 캔모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곳은 캐나다인들이 은퇴후 살고싶은 도시 1위로 꼽힌다. 여기서 밴프까지는 24km로 밴프의 위성 도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해발 1200m에 자리한 캔모어는 선선한 날씨에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도 많고 자연경관이 특히 뛰어나다. 로키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보우강(Bow River)이, 여름이면 눈이 녹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흐른다.

캔모어 근처는 대자연을 배경으로한 영화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가을의 전설’. 스토리 만큼이나 대자연의 비중이 컸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등 영화 촬영지로 선택될 만큼 매력적이고 숨어있는 비경이 많은 곳이 또한 캔모어이다. 7월이면 전 세계 ‘카우보이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이슬비가 촉촉이 내려 날씨조차 서늘했던날, 온 가족이 어슬렁거리며 낯설고 예쁜 동네의 가게를 기웃거렸다. 유난히 많은 갤러리의 그림들과 장인들의 솜씨로 빚어 만든 공예품들을 구경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여유를 누렸다.

보우 폭포 가는길.  비가 뿌리고간 숲길에는 향기가 가득하다.  강지윤 기자.
보우 폭포 가는길. 비가 뿌리고간 숲길에는 향기가 가득하다. 강지윤 기자.

여름 캐나다 로키 산맥은 생명으로 충만하다. 자연이 주는 풍성한 선물을 마음껏 누리며 일주일간의 여행이 막바지로 접어든다. 이제 재스퍼를 벗어나 방향을 서남쪽으로 틀어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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