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개봉 영화 '더 파더(The Father)'
화제의 개봉 영화 '더 파더(The Father)'
  • 김병두 기자
  • 승인 2021.04.15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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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인 80대 안소니와 딸 앤의 사랑과 고통, 슬픔을 그려
영화 '더 파더' 포스터 동성아트홀 제공
영화 '더 파더' 포스터. 동성아트홀 제공

영화는 런던의 고급주택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80대 노인인 안소니 집을 딸 앤이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안소니는 찾아온 딸에게 “파출부가 시계를 훔쳐갔다”고 말하자, 앤은 “아버지가 어딘가에 둔 것이니 찾아보라”고 말한다. 가사 도우미를 의심하는 아버지를 앤의 집으로 모시고 오지만 앤의 집을 자기의 집으로 착각한 안소니는 앤이 자기 집을 빼앗으려는지 의심한다. 앤이 "일 때문에 파리로 가게 되었다”고 말하자, 안소니는 딸이 떠나는것이 두려운 마음에 “파리 사람들은 영어도 못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자주 화를 내는 안소니가 기억하는 사람과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람이 달라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면서 안소니가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치매를 앓는 안소니는 본인은 정상인데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영화는 안소니와 앤의 집, 요양병원의 실내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치매 환자들에게 환경의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보여 준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집에서 살다가, 치매 초기에는 딸이나 아들집으로, 치매 증세가 깊어지고 더 이상 간병이 힘들면 요양병원으로 가야하는 현실을 보는 것 같다. 안소니가 기억이 잘 안나자 화를 내면서 “내 나이가 되면 알거야. 시간은 금방이다”라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소리치는 모습 같고, “그렇게 여러 사람 힘들게 하면서 언제까지 여기 계실거예요”라는 사위의 대사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힘든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다.

파리에 간 앤이 보낸 엽서를 간호사가 읽어주자 안소니는 비로소 자신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알게 된다. 간호사의 품에서 “엄마 보고 싶어. 날 데릴러 오세요”라고 아이처럼 흐느끼는 안소니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치매환자는 어린아이가 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양 병원 담장 밖의 바람에 흔들리는 푸르른 나뭇잎들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안소니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영화 '더파더'에서 안소니와 앤이 대화를 나누면서 행복해하는 스틸 컷
안소니와 앤이 대화를 나누는 스틸 컷. 판씨네마(주)제공     

주인공 안소니 역을 맡은 안소니 홉킨스는 80대 노인 역을 너무나 잘 연기하여 관객들은 진짜 치매가 든 노인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열연하였다. 딸인 앤 역의 올리비아 콜맨은 치매을 앓는 아버지의 간병에 지쳐가면서도 안타까워하는 딸 역을 잘 연기하였다. 100세 장수 시대가 되면서 이제 우리 주변에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 친척, 주변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치매를 앓는 안소니의 모습은 미래의 우리 모습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치매를 앓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간병하느라 힘든 자신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치매환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세심하게 준비되길 기대한다.

영화 ‘더 파더’는 오는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영화 ‘미나리’와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을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4월 7일에 개봉하여 전국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안소니가 창밖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스틸 컷
안소니가 창밖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스틸 컷. 판씨네마(주) 제공
앤이 아버지 안소니를 늘 걱정하면서 생각하는 스틸 컷
앤이 아버지 안소니를 걱정하는 스틸 컷. 판시네마(주) 제공

안소니 역의 안소니 홉킨스는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는 ‘양들의 침묵’에서 살인마 한니발 렉터 역으로, ‘가을의 전설’에서 삼형제의 아버지인 러들로 대령 역으로, ‘닉슨’에서는 닉슨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19년도에는 ‘두 교황’에서 베네딕도 16세 역으로 출연하였다. ‘양들의 침묵’으로 1992년 제 64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딸인 앤 역으로 출연한 올리비아 콜맨은 1974년생 영국 출신으로 연극배우로 출발하여 영화 ‘철의 여인’, ‘더 랍스터’ ‘오리엔트 특급살인’,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더 크라운’, ‘브로드 처치’ 등 영화와 TV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2019년 제 9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1979년생 프랑스 출신으로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프랑스 몰리에르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한 연극 ‘더 파더’의 원작자이다. 영화 ‘더 파더’가 올해 아카데미상 6개 부분에 후보가 되어, 기대되는 영화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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