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는 2017년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쓴 에세이, ‘노매드랜드 :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2011년 1월 31일 석고 보드의 수요 감소로 네바다주 엠파이어의 공장을 폐쇄해 이 도시의 우편번호 사용이 중지되었다. 도시가 몰락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도시는 붕괴되고 일자리를 잃은 펀은 밴을 타고 일자리를 찾아 미국 서부로 떠난다. 생계비는 아마존이 유목민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 프로그램인 아마존 켐퍼포스에서 해결한다. 펀은 아마존에서 린다 메이를 만나고 노매드 커뮤니티에서 노매드로 살아가기 위한 필요한 것을 배우고 적응해 간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치료를 포기하고 알래스카로 추억을 찾아서 떠난다는 스완키 할머니와 아들이 자살하자 그 고통을 견디내기 위해 노매드 커뮤니티를 만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는 밥 웰스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노매드들과 어울린다. 펀은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듣고 서로 위로하면서 남편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치유해 나간다.
펀이 길 위에서 만나는 노매드들은 캠핑장에서 청소를 하고 아마존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지만 서로 돕고 연대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자신들의 삶을 긍적적으로 살아간다. 펀도 노매드의 힘든 생활속에서 광활한 자연속에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계곡에서 나체로 목욕을 즐기기도 한다. 고장난 밴의 수리비를 구하기 위해 언니를 찾아가자 언니는 노매드 생활을 청산하고 함께 살기를 바라지만 펀은 수리한 벤을 타고 낯선 곳으로 또다시 길을 떠난다. 영화의 끝장면에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자막이 나온다. 현실에서 우리들이 만나는 힘들게 살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노매드랜드’는 4월 7일에 개봉하여 전국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코로나19로 삶이 힘들고 지친 이들은 영화를 보면서 힘과 용기를 얻기 바란다.
미국의 노매드 대부분은 2007년과 2008년에 걸친 세계 금융 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직장과 집을 잃고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노동자로 전락하였다. 우리나라도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일자리를 얻지못한 사람들은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열풍으로 온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평생 월급을 모아 저축해도 아파트 하나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들도 노매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주인공 펀 역을 연기한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1957년 생으로 예일대학교 드라마스쿨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84년 영화 ‘분노의 저격자’로 데뷔하였다. 1997년 ‘파고’, 2018년 ‘쓰리 빌보드’‘ 2021년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명배우이며, 2004년 제 54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중국 국적의 미국인으로 2015년 ‘내 형제가 가르쳐 준 노래’로 데뷔하였다. ‘로데오 카우보이’로 제 53회 전미 비평가협회 작품상 수상으로 떠오르는 신인감독이 되었다. ‘노매드랜드’로 제 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수상, 제 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감독으로는 최초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인간의 삶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출력으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노매드: 유목민을 뜻하지만, 오늘날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인 여건으로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니면서 지내는 사람들을 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