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에 꽂혀진 아직 안 읽은 책들을
한 권 뽑아 천천히 읽어가듯이
안 가본 산을 물어물어 찾아가 오르는 것은
어디 놀라운 풍경이 있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마냥 흘러가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라
산길에 무리 지어 핀 작은 꽃들 행여 다칠까 봐
이리저리 발을 옮겨 딛는 조심스러운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누대 갈참나무 솔가지 흔드는 산바람 소리 또는
그 어떤 향기로운 내음에
내가 문득 새롭게 눈뜨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성깔을 지닌 어떤 바위벼랑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새삼 높은 데서 먼 산줄기 포개져 일렁이는 것을 보며
세상을 다시 보듬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서
거기 가지런히 꽂혀진 안 읽은 책들을 차분하게 펼치듯
이렇게 낯선 적요 속으로 들어가 안기는 일이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안 가본 산, 이성부)
최정산(905m)은 대구에서 팔공산 다음으로 2번째 높은 산으로, 대구 달성군 가창면 오리 일대에 있다. 대구 시내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정상에 철탑 2개가 서 있는 산이다. 비슬산과도 닮아 비슬산과 형제라고도 불린다. 앞산과 더불어 백악기 때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곳 중 하나이다. 이 산과 통점령(청산벌) 사이에는 대관령같은 고위평탄면이 형성되어 있다. 지역이 원래는 화산의 분화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는 캠핑장과 힐링파크 포니목장이 있었으나 가창면 냉천리 62-2번지로 옮겼다. 지금은 예전 포니목장 터에 야외벤치로 활용하여 대새목장이란 상호로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야외영업을 하고 있다. 수목원 분위기의 주변 경관에다 전망도 좋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KT중계소와 훈련장 사이의 헬기장이 정상을 대신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대구 수성구 야경은 일품이다. 목장터에서 완만해진 길을 따라 약 2km정도 더 올라가면 사직단이 조성되어 있고 이곳에서 매년 해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도로는 높은 오르막으로 손꼽히며, 이에 대구지역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앞산통신대와 칠곡군 동명면의 도덕암과 더불어 대구지역 3대 업힐로 꼽힌다.
최정산의 산세는 비슬산 주봉에서 헐티재를 지나 비슬지맥을 따라 팔조령 방향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주암산(847m)을 따라 가창댐 입구까지 뻗어 있다. 최정산 서쪽 사면을 따라 흐르는 물은 정대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합쳐져 용계천을 이루며 가창댐의 수원이 된다. 남쪽에는 비슬산의 웅장한 산세가 펼쳐지고, 서쪽에는 헐티재, 정대계곡, 조길방가옥, 운흥사, 대구미술광장 등이 있다. 남동쪽 산자락에는 남지장사, 녹동서원 등이 있어 대구 시민들에게 넉넉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몰린다.
최정산 정상 부근에는 수십만 평의 고위평탄면이 발달하여 강원도 대관령과 비슷한 모습이고, 고산습지가 발달하여 예전에는 고랭지 목축이 이루어졌다. 통점령(通店領)은 달성군 가창면 주리와 청도군 각북면 지슬리 통점마을을 잇는 재로서 청산재 혹은 지슬재로 부르고 현재는 억새가 많이 자라는 대구지역 억새군락 명소이다. 이곳에는 전파를 잡는 높이 수백m가 되는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었고 지금은 억새군락이다. 넓은 고산 분지와 고산습지가 있고 지금도 건강한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고산분지에서 표지판을 따라 동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청산, 우미산, 삼성산, 팔조령으로 가는 길이다. 목장에서 청산(802m)까지 2㎞ 남짓한 구간은 편한 걷기 길이다. 청산 가는 길은 지금은 종주길이 조성되어 걷기에 편하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발달한 고산습지 때문에 질퍽질퍽한 진흙탕 길이었다.
최정산은 산세가 비슬산과 비슷하여 많은 걷기 길이 만들어져 있고,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멋진 트레킹 코스를 제공한다.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비슬지맥의 비슬산 주변에 만들어진 「비슬산 둘레길」, 대구시 경계를 따라가는 「대구 둘레길」, 9개의 봉우리를 종주하는 「9산 종주길」 등이 최정산 자락을 지나고 있으며, 달성군에서 조성한 「최정산 숲길(누리길)」, 「가창 누리길」은 최정산 지역의 대표적인 걷기 길이다.
최정산 정상에 올라가면 지뢰지대란 표지와 함께 철수 후의 미군 시설이 아직 남아 있다. 현재 3기의 위성추적 레이더 기지와 미군 막사를 볼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은 오랫동안 이곳 위성추적소를 미군 미사일 기지로 알고 지내왔다.
대구시는 2020년 5월 미군 위성추적소 일대에 대한 최정산 힐링숲 조성 기본구상 용역을 발표했다. 달성군 가창면 주리 산 132-9번지 일대 30만㎡에 2022년 말까지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힐링센터와 생태습지 관찰원, 명상숲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힐링숲 조성의 주요 테마는 여가가 있는 숲, 힐링이 있는 숲, 생태가 있는 숲, 문화가 있는 숲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목적 광장과 힐링센터를 비롯해 낙엽송과 생태습지 관찰원, 억새 군락지, 전망대, 명상 숲 등 다양한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가 추진중인 최정산 산림휴양공간 조성 예정지는 과거 미군이 사용해온 부지로 국유지다. 시는 이를 정상지점의 시유지와 상호 교환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국·공유지 교환을 통해 삼림휴양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달성군은 2014년 경산시에 있던 통신부대(ATN)기지를 최정산의 옛 포병부대 부지로 이전함에 따라 최정산의 산림자원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정산 도로의 확장을 국방부에 요구하여 국방부가 이를 수용하여, 가창면 주리(국지도30호선)~최정산 정상간 7.6㎞를 폭 최대 10m도로 확장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가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여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6년 4월 달성군과 국방부 간 위탁 협약 체결하고, 2018년 12월 설계용역 완료 후에 2019년 9월 공사 착공하여 2021년 3월에 완공한다.
달성군도 주리 산불감시초소에서 탐방로 입구까지 2.3㎞, 탐방로 입구에서 백록마을까지 3.7㎞, 탐방로 입구에서 최정산까지 3.2㎞ 구간 등 총 9.2㎞ 자연 생태 탐방로를 조성했다. 이제 최정산은 일상을 떠나 힐링과 평온한 휴식을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대구시민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