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에서 서예, 서각 작가로 변신한 만능 재주꾼 하광원 「청함 갤러리」 원장
금융인에서 서예, 서각 작가로 변신한 만능 재주꾼 하광원 「청함 갤러리」 원장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3.10.16 08: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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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서울 본부장 등 금융기관 요직 거쳐
고향 청도향교에서 서예 및 서각 지도교수로 제자 양성
서예, 서각 대전 국내외 다수 입상 및 국제교류전 참가
전시실에서 본 하광원 청함갤러리 원장의 인자한 모습이다.  최종식 기자
전시실에서 본 하광원 청함갤러리 원장의 인자한 모습이다. 최종식 기자

서울 중앙 무대에서 금융인으로 활동하다 귀향하여 서예 및 서각 지도는 물론 가훈 써 주기 봉사로 인생 2모작을 착실하게 가꿔 가는 중견 작가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인물은 청도군 각남면 함박리에 소재한 「청함 갤러리」 하광원(71) 원장이다. 그는 일찍이 은행에 입사하여 줄곧 서울에서 근무하면서 시중은행 여러 지점장을 거쳐 본부장까지 요직에 근무하다 지난 2010년에 정년퇴임하였다.

하 원장은 고향 사랑이 남다르다. 퇴임 후 10여 년을 고향집과 서울 집을 오가면서 양 쪽 일을 보아왔다. 매주 일주일의 반은 청도 고향에서 지내고 나머지 반은 서울 집으로 왕래하였다고 한다. 선친께서 물려준 고향집과 토지 등이 그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농사일은 만만치 않았다. 경운기 다루기, 농약 치는 법 등 새롭게 익혀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중에도 지금까지 짬짬이 익혀 둔 예술 감각을 놓칠 수가 없었다. 드디어 2012년에 고향집을 개조해 「청함 갤러리」라는 예술 공간을 만들어 서예 작업실, 서각 작업 공방, 스튜디오 전시실을 마련하여 작품 활동, 후학 지도 및 그동안 입상한 서예 및 서각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만능 재주꾼이다. 한 때는 고향집이 노후 되어 재임 중 틈틈이 익힌 건축 솜씨로 직접 설계하여 지은 집을 서울에서 옮겨오기도 했다. 손수 정원을 가꿔 정자, 연못, 꽃밭, 대나무 숲길, 물레방아 등을 설치하여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는 선천적으로 아티스트의 소질을 타고 난 듯하다. 남들처럼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거나 오랫동안 익힌 것도 아니다. 금융인의 바쁜 업무에도 틈틈이 익힌 솜씨가 이제는 그야말로 장인 수준이다.

각종 서각 대전에서 입상한 우수 작품들이 얼굴을 보여준다.  최종식 기자
각종 서각 대전에서 입상한 우수 작품들이 얼굴을 보여준다. 최종식 기자

한국미술협회 서예 공모전 7회 입상, 한국-우즈베키스탄 문화 교류전 출품의 화려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서각도 한국서각대전과 국제각자교류전에 출품하여 특선 등을 차지하여 한국서각협회 정회원이며 초대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서각 작품은 미술관 현판, 사찰의 대웅보전 편액, 다원, 재실 등에 헌정하였으며 현재 갤러리에도 100여 점이 전시되어있다. 이는 국내에서 어느 누구도 이만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의 작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박물관 등에 소장하기를 청해 오기도 한다고 했다.

해외 교류전에서 전시한 서예 작품의 하나다. 최종식 기자
해외 교류전에서 전시한 서예 작품의 하나다. 최종식 기자

그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후학 양성을 위해 청도 향교에서 서예반 지도교수를 맡고 있으며 갤러리에서 서각 지도를 하고 있다. 향교에서는 지난 21년부터 ‘묵향에의 염원’이란 주제로 회원 전을 개최하고 있다. 그 외 고유문, 상량문, 기념문 등과 최근에는 각종 행사에서 군민 가훈 써주기 이벤트를 하고 있다. 

작품 활동 외에도 모 신문사 논설위원, 법원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청도 귀농연합회 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오는 길에 선반에 겹겹이 쌓여있는 메달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여 입상한 메달 수가 백여 점이 넘었다. 은은한 묵향이 감도는 서예작업실에서 즉석에 사자성어 서예 작품을 선사받기도 했다. 

한적한 시골 동네, 갤러리 뒤로는 우거진 높은 산이 마을을 감싸 주었다. 그가 최근 구입하여 방문객의 쉼터로 가꾸고 있는 ‘청함산’이다. 

손으로 작업한 것이라 믿기지 않는 여러 서각 작품, 서예 작품과 갤러리 입구에 ‘청함갤러리’란 비석이 기자의 떠나는 발걸음을 더디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