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노년알쓸신잡] ⑥인생은 소풍길
[김창규의 노년알쓸신잡] ⑥인생은 소풍길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5.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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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노인복지관 자치운영위원들의 즐거운 소풍. 중구노인복지관 제공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자치운영위원들의 즐거운 소풍. 중구노인복지관 제공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날 가기 전에 중구노인복지관 자치운영위원회원 38명이 부산 용궁사와 기장 일대로 소풍을 다녀왔다.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고 멸치회도 먹었다. 가는 곳마다 다들 시끌벅적 입가엔 미소가 만발하고, 산수유꽃, 유채꽃, 작약 등 봄꽃 앞에서는 마냥 소녀 소년이자, 꽃바람 여인들이었다. 어렸을 때는 소풍이 좋았고, 나이 들어서는 여행이 제일 좋으니 인생은 소풍이고 여행인가 보다.

◆ 너도 나도 한번 누구나 왔다가는 인생

돌아오는 길에 소풍하면 빠질 수 없는 노래자랑 시간을 가졌다. 다들 살아온 삶의 경험 속에서 가슴에 품었던 저마다의 ‘인생 노래’를 부른다. 첫 번째로 가수 윤정아의 ‘언제 벌써’노래를 선곡했다. “내 나이 언제 벌써 여기까지 왔는지 내 나이 황혼이 오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인생의 참맛을 다 보고 살아온 지금 내 나이가 제일 좋더라” 무심한 세월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지금 자신의 나이가 제일 좋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노래는 가수 김성환의 “묻지 마세요”이다. “묻지 마세요. 묻지 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 내 나이 묻지 마세요. 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 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여기까지 왔는데 앞만 보고 왔는데 지나가는 세월에 서러운 눈물 서산 넘어가는 청춘 너 가는 줄 몰랐구나. 세월아 가지를 말어라.” 허허! 자신의 나이마저도 묻지 마라는 것이다. 다음 가수는 이제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오지게 재미있게 살겠다며 가수 김용임의 ‘거울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거울 앞에 앉았다. 이 낯선 여잔 누군가 거칠어진 손 주름진 얼굴 보니 괜히 눈물이 난다. 남편 자식 걱정에 나는 잊고 살았다​. 이제는 날 위해 살고 싶다. 나는 소중하니까! 혼자 여행도 하고 친구와 영화도 보고 잃어버린 날 위해 아낌없이 쓰려고 해. 한번 왔다 가는 인생 후회 없이 살아야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 그래그래 인생이 뭐 별거 있더냐. 이렇게 사는 거지......”라며 눈시울을 적신다. 이쯤 되니 버스 안은 흥이 차오른다. 다음 가수는 “우리 고생 많이 했다 아이가! 이제 남은 인생 즐겁게 살자”고 외친다. 가수 추가열의 노래 ‘소풍 같은 인생’이다. “너도 한번 나도 한번 누구나 한번 왔다가는 인생. 바람 같은 시간이야 멈추지 않는 세월. 하루하루 소중하지. 미련이야 많겠지만 후회도 많겠지만 어차피 한 번 왔다가는 걸. 붙잡을 수 없다면 소풍 가듯 소풍 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우리네 인생 소풍 가듯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아니 벌써 우리 일행을 실은 버스는 대구로 들어왔다.

◆ 한세상 살다갈 이 소풍 길

두 할머니의 이야기다. “이보게! 내가 나이 들어보니 아웅다웅 억척같이 사는 게 다 부질없는 거야. 이 빠지고 다리 아프면 다 무용지물.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도 뭐 ‘이거다’하고 해본 게 없으니 너무 허무해. 돈도 내가 써야 내 돈이지. 돈 벌어서 써보지 못하고 지금 내 돈은 병원비, 요양비로 다 쓰고 다닌다네, 나는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100세 할머니의 충고). “얘야! 너 늙으면 제일 억울한 게 뭔지 아니? 돈, 주름 그건 아냐. 진짜 억울한 건 나는 언제쯤이면 재밌고 신나게 한번 놀아 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지랄 맞게 이제 좀 놀아 보려고 했더니만 다 늙어 불었어! 그냥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웃으며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란 말이여! 훗날 후회하지 말고”(92세 할머니의 뼈 있는 인생 조언).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로 평가된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살아 있을 때 자기 가슴에 새긴 감동의 순간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부자란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벅찬 감동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 말할 수 있고, 늙지 않는 방법 또한 매 순간 감동하며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했다. 인생은 소풍 가는 길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삶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 한세상 소풍 왔으니 소풍 끝내는 날까지 아파도, 가난해도, 힘들어도, 노쇠해져 가도 살아 있음을 느끼며 행복을 즐기며 살다 갑시다. 한세상 살다 갈 이 소풍 길에 원 없이 웃다가 갑시다.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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