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노년 알쓸신잡]④ 노년의 친구
[김창규의 노년 알쓸신잡]④ 노년의 친구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3.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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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년을 위해 친구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박영자 기자
행복한 노년을 위해 친구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박영자 기자

매일 받는 카톡 내용에는 많은 사람들이 ‘노년에 꼭 필요한 5가지’ 중에 ‘친구’를 빠짐없이 꼽는다. 혹자는 “머니 머니해도 돈이다”며 돈을 1, 2순위로 강력 추천하지만,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친구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니, 서열을 세우자면 건강이 1순위, 친구가 2순위가 되고 돈은 3순위가 될 것 같다.

 

영국 제일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이벤트로 ‘영국 제일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입니까?’라는 것을 현상 공모했다. 사람들로부터 기차, 비행기, 도보, 모터사이클 등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들이 나왔다. 그런데 생각 밖의 답이 1등으로 뽑혔다. 과연 1등으로 당첨된 답은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비행기, 기차 등의 수단은 산술적 시간을 다투는 것에 불과했지만, 더 중요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느끼는 생각의 속도’였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좋은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재미있게 갈 수 있으니 지루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1등으로 당선되었다. 즉, 여행은‘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했다.

몇 년 전, 미국인 7천명을 대상으로 장수비결을 9년간의 추적 조사하는 매우 재미있는 연구가 있었다. 흡연, 음주,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인간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조사한 끝에 이색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친구의 수’였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많고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줄며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였고, 반면에 친구의 수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리고, 일찍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친구가 없는 삶은 실패한 삶이다.

작년에 작고하신 이어령 교수(1934~2022)가 마지막 수업에서 남긴 말이다.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못 받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세속적인 문필가로 교수로 장관으로 활동했으나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내게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다. 혼자서 나의 그림자만 보고 달려왔던 삶이다.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여기까지 달려왔다. 더러는 동행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경쟁자였다.” 결론적으로 이어령 교수는 “친구가 없는 삶은 실패한 삶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런지,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나이 들어가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배움과 우정’을 꼽았다. 배움과 우정 즉 친구와 공부가 있으면 어떠한 삶이나 시련이 닥쳐도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우-테크

그렇다면 노년에는 어떤 친구들이 좋을까? 다양한 친구들이 있으면 노년이 더 유익하다. 필요한 친구 10가지 유형을 알아보자. ①배우자 ②옛 친구 ③나이 어린 친구 ④마음이 젊은 친구 ⑤취미가 같거나 다양한 친구 ⑥언제든지 전화하거나 만날 수 있는 친구 ⑦유머 감각이 풍부한 친구 ⑧성격이 낙천적인 친구 ⑨건강관리에 철저한 친구 ⑩봉사하는 친구 등 10가지 유형이 있다. 이러한 친구 유형은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10가지 유형 중에다 ‘만나면 기분 좋은,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를 더해본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우-테크(友-teck)의 시대’라 한다. 우-테크 6가지 방법이다. ①먼저 연락하고, 먼저 약속을 해서 만나라 ②기꺼이 봉사하는 직책을 맡아라. 동창·계모임 등에서 귀찮은 일을 묵묵히 해낼 때 친구는 늘어난다. ③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모임도 함께 하고 SNS로 교류를 하라. ④매력을 유지하라. 책, 영화, 음악 등을 통해 매력 있는 대화 상대가 되라. ⑤ 우-테크 1순위 대상은 배우자다. ⑥취미활동으로 다양하고 멋진 친구들을 만나라이다. 건강, 돈을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테크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이며 노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전략이다.

 

친구를 사귀는 우-테크 10훈

그러나 우-테크를 하는 데도 원칙이 요구된다. 이름하여 우테크 10훈(訓)이다. ①일일이 따지지 마라 ②이말 저말 옮기지 마라. ③삼삼오오 모여서 살아라. ④사생결단 내지 마라. ⑤‘오, 예스’하면서 받아들여라. ⑥육(신)체적 접촉을 자주 해라. ⑦7할만 이루면 만족해라. ⑧팔팔하게 움직여라. ⑨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지 마라. ⑩10%는 베풀면서 살아라이다. 또한 몇 가지 첨언하자면,‘친구와의 약속을 잘 지키라는 것’과 ‘빠삐고(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고집부리지 말라)’ 그리고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들을 가까이 하는 방법 중의 묘약은 “오늘은 내가 쏜다!”이다. 실천해보시라.

이젠 친구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오래된 친구도 좋지만 취미, 사회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멋있는 노년을 보내는 방법이다. 이젠 친구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오래된 친구도 좋지만 다양한 취미, 사회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멋있는 노년을 보내는 방법이다. 그동안의 전통적인 친구 관계의 패러다임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면 더욱 젊고 즐거운 노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 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