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날은 경로효친 의식을 고양하고, 노인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며 범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1997년 제정되었다. 그러나 제27회 노인의 날을 맞는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4월, 이데일리·한길리서치가 ‘우리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물었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이 부정적이며, 노인 스스로도 절반가량이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8.1%가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했다. 한편, 현세대가 요구하는 노인상은 ‘도덕적이며 소통이 가능한 노인’으로 나타났다. 노인이 존경스럽거나 좋아하는 모습으로 경제적 안정·심리적 안정·내려놓음 등의 정적인 모습보다는 도덕적 개발·도전·모범 등 소통하는 액티브한 노인상을 존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2030세대들 역시 ‘다른 세대를 존중하며, 자신의 주장을 바꿀 줄 아는 유연한 노인’이 되고 싶다고 나타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신노인상 정립이 요구된다.
신노인이란?
얼마 전에 대구 용학도서관에서 주최한 신노인포럼 ‘신노인으로 살기’강의를 다녀왔다. 최근 들어 ‘신노인’에 대한 필요성이 세간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신노인이란 어떤 노인을 의미하는 것일까? ‘신노인’은 일본 히노하라 시게 야키(日野原重明) 박사가 2000년에 만든 신조어이다. 일본에서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인이 사회의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주체가 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처럼 신노인이란 ‘기존의 가치와 사고를 고집하기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사회에 적응해 사회적 역량을 마다하지 않는 노인이며, 이전의 노인과 전혀 다른 의식과 행동 양식으로 노인이면서 노인 같지 않은, 본인 자신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인’을 말한다. 신노인과 유사한 용어로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와 ‘선배시민’이 있다. 엑티브시니어는 평생 현역을 지향하며, 활기차고 일과 취미에도 의욕적이고 자기 나름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 등을 갖고 소비의욕도 높은 노인을 칭한다. 선배시민은 노인이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에 사회권과 인권보장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조직하는 시민을 뜻한다.
신노인으로 사는 방법
어떻게 하면 신노인으로 살 것인가? 히노하라 박사는“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고, 나이가 들어도 창조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신노인 장수건강생활법칙」 11가지를 제시했다 ▲죽는 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산다는 자세를 갖자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항상 창조하는 일을 하고 남을 위해 살자 ▲살기 어려운 것은 어느 세상에서나 똑같다고 생각하자 ▲남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집에서 활발한 교제를 하자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에도 귀를 기울이자 ▲항상 걷는 습관을 지니고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자 ▲노년 건강의 최대 적은 낙상과 골절이므로 잘 구르는 연습을 하자 ▲몸에 좋은 심호흡과 복식호흡을 하자 ▲웃음으로 얼굴에 주름을 늘리자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를 찾는다
한편, 대구 지역사회에서는 2018년도부터 ‘신노인운동 활동가’로 노인들의 의식개혁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상태 전 구미1대학 교수가 제시한 ‘신노년의 자세’가 있다. 그가 펴낸 ‘화양연화의 길’이란 책에서 ‘신노인’을 ‘호기심을 잃지 않는 노인’으로 묘사했다. 「신노년의 자세」로는 첫째, ‘변하는 세상 공부하기’이다. 늙음이 두려운 것은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늙어서도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아야 한다. 둘째, ‘음미하는 삶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하길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했다. 하루하루가 계획되고 반추하는 삶으로,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셋째, ‘쓸모 있는 사람 되기’이다. 쓸모 있는 노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일, 자원봉사를 하거나, 집안일을 돕거나, 병석에 눕기까지는 쓸모 있는 존재로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풀지 않고 받는 것을 요구하거나 받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 나이와 관계없이 노인이다. 이기심만 커지고 인내심이 사라지면 완전 노인이 된다. 특히 노년이 되어도 변함없는 인간으로서 품위를 가진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늙어도 신노인으로 살자는 것이다.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