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노년알쓸신잡]⑨ 걷기예찬
[김창규의 노년알쓸신잡]⑨ 걷기예찬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9.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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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더웠고, 비 피해도 컸던 올여름이다. 이젠 8월의 입추, 처서를 지나, 9월이면 추분(9월 23일)과 추석(9월29일)이다. 가을은 독서하기에도 좋지만 걷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중·노년층이 운영하는 인기 블로그나 카페를 보면, ‘다리에 힘 있을 때,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자’를 외치며 친구들끼리 트레킹, 등산, 여행을 다녀온 즐거운 기행문과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로부터 ‘나무는 뿌리가 먼저 늙고, 사람도 다리가 먼저 늙는다(树老根先枯 人老腿先衰)’고 했다. 발이 건강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흰머리, 처진 피부보다 중요한 것은 발의 건강이다. ‘다리가 튼튼해야 장수 한다'는 말이 있다. 장수하는 노인들의 특징이 걸음걸이가 빠르고, 바람처럼 가볍게 걷는다는 것이다. 몸무게를 지탱하는 두 다리는 고층건물의 기둥이나 벽체와 같고, 사람의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두 다리가 튼튼하면 백 살이 넘어도 건강하다. 특별히 넓적다리의 근육이 강한 사람은 틀림없이 심장이 튼튼하고 뇌 기능이 명석한 사람이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연금(돈)보다 근육(근력)이 더 중요하다. 건강을 다져나가는 효과적인 운동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걷기’다.

◆ 걷기 효과

와사보생(臥死步生),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누죽걸산)’는 속담이 있다. 서양 속담에도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했다. 허준 선생이 쓴 동의보감에도 건강과 장수에 관하여,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요, 식보보다 행보(行補)’라 하여 걷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건강에 있어 최고의 만병통치약이라 하는 걷기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인터넷상에 회자 되는 걷기 효과는 대단하다. ① 걷기는 뇌를 자극한다. ② 걷기는 건망증을 극복한다. ③ 걷기는 의욕을 북돋운다. ④ 걸으면 밥맛이 좋아진다. ⑤ 걷기는 비만 치료제이다. ⑥ 걷기는 요통 치료에 효과가 있다. ⑦ 걸으면 고혈압도 치료된다. ⑧ 걷기는 금연 치료제이다. ⑨걷는 사람은 뇌가 젊어진다. ⑩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단 걸어라. ⑪ 자신감을 잃었다면 일단 걸어라 ⑫ 몸이 찌뿌둥하면 일단 걸어라. ⑬ 마음이 울적하면 일단 걸어라. ⑭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일단 걸어라. ⑮ 분노가 일면 일단 걸어라. ⑯ 인간관계로 얽히는 날, 일단 걸어라. ⑰ 할 일 없는 날, 일단 걸어라 이다.

요즘은 맨발 걷기가 유행이다. 동네 공원과 운동장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어 저녁 운동으로 인기다. 맨발 걷기를 하고 나면 발바닥이 후끈후끈 달아올라 불이 난 느낌과 동시에 발바닥이 시원해지면서 몸이 순환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평소 건강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건강 체크, 발 건강 상태 확인, 적절한 장소 선택 등이 필요하고 파상풍 감염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 걷기 명언

걷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예찬이 있다. 걷는다는 것은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것이다(다비드 르 브로통). 여러 차례 걷기 경험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걷는다는 것은 자신과의 아름다운 만남이자 환희로운 시간과의 동행이라 할 수 있다. 걷다 보면 맛있고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찰스 디킨스는 “걸어서 건강해져라. 우리의 나날들을 연장하는 최선의 방법은 끊임없이 목적을 갖고 걷는 것이다”라고 예찬했다. 100% 공감이다. 따라서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이브 카팔레). 걸음으로써 오롯한 자기 존재감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잡생각은 사라지고 맑은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삼 일 이상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과 하나 되는 환희로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두 다리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을 때 사고의 흐름은 촉진”이 되고, 루소는 “걸을 때 명상할 수 있다” 했다. 이처럼 걸음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나오지 않은 생각은 절대 믿지 말라(프리드리히 니체)는 것이다.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니체). 걷는 것이 두뇌 회전에 가장 좋다(히포크라테스). 실제 살아가면서 고민거리가 있으면 걸으면서 허공에 질문을 던져보라. 걷다 보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걷는 사람만이 세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아프다고 귀찮다고 집안에 누워있기를 고집한다면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하게 되고, 급기야 여생을 병원에서 누워 지내는 쓸쓸한 삶을 보내야 한다. 자~ 박차고 나가서 걸읍시다. 수변공원 별빛 달빛 아래 아내랑 손잡고 걷기, 친구랑 삼삼오오 들로 산으로 트레킹하기, 동네 사람들이랑 공원 내지 학교 운동장 맨발 걷기, 아니면 혼자서라도 걷기운동 나갑시다. 그리고 외쳐봅시다. “백 세까지 두 발로 산에 가자. 백두산! ”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