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 잉어 떼의 산란!
대구 신천 잉어 떼의 산란!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2.04.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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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배회하던 수컷들이 있는 대로 몰려들어 난장판을 이룬다
어미와 자연의 선택을 받은 알이 부화를 거쳐 치어로 태어나
대구 신천 잉어 떼의 산란 모습. 이원선 기자
수초더미 아래로 대구 신천의 잉어 떼가 산란을 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봄을 맞아 대구 신천의 물속이 심상찮다. 수십 마리의 잉어 떼가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난장을 치고 있다. 어른 팔뚝 크기의 잉어들이 휘젓는 꼬리지느러미 뒤로 뽀얗게 물보라가 인다.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물속을 들여다본다. 여전히 잉어들은 작은 수초더미를 중심으로 신나게 유영 중이다. 봄을 맞아 한창 산란 중인 것이다.

잉어의 산란 시기는 대략 4월에서 6월까지다. 5년 정도 묵은 잉어가 한꺼번에 낳는 알의 양은 대충 잡아 20~50여만 개 정도다. 자연 상태에서는 약 10~20여만 개가 부화에 성공한다고 한다.

수컷들이 암컷을 에워싸서 몰려 다니고 있다. 이원선 기자
수컷들이 암컷을 에워싸서 몰려 다니고 있다. 이원선 기자

수컷들이 암컷을 찾아서 이리저리 헤엄을 친다. 4월 초순인데도 잉어들이 산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 신천은 도심을 거쳐 흐르는 탓에 수온이 따뜻한 편이다. 따라서 잉어들의 산란시기도 다른 곳에 비해 빠른 모양이다.

암컷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 다니는 수컷은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암컷의 옆구리에 바투 붙어 산란을 자극하고 있는 중이다. 수컷의 집요함에 마음이 급한 암컷은 수초더미에 올 사이도 없이 산란이다. 이때를 놓칠 세라 주위를 배회하던 수컷들이 있는 대로 몰려들어 뒤엉키는 등 난장판을 이룬다.

알을 도둑질 하려는 흰빰검둥오리 암컷이 산란장을 배회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알을 도둑질 하려는 흰빰검둥오리 암컷이 산란장을 배회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암컷의 조급함에 신이 난 건 오리들이다. 잉어들의 산란장 옆으로 오리들이 배회하고 있다. 한 무리의 잉어들이 산란이 끝나자 몰려들어 알을 주워 먹기에 바쁘다. 봄철은 잉어들의 산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리들도 알을 낳고 또 품어서 부화를 하는 시기다. 따라서 암컷오리들에 있어서 많은 영양소가 필요한 시기다. 야속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암컷오리들이 잉어들의 알을 도둑질 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결국 적자생존의 원칙보다는 자연의 선택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시기다. 어미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어미와 자연의 선택을 받은 알이 부화를 거쳐 치어로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속은 첨벙거리는 물장구소리로 여전히 소란스럽다. 암컷과 수컷의 끊임없는 술래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수초더미를 중심으로 누런 황룡이 용트림을 하는 듯하다. 대구 신천이 풍요로워지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