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가족의 봄 나들이
거위 가족의 봄 나들이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2.04.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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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장서고 당신은 뒤를 맡아 아이들 챙겨서 가세
우리들은 바쁘지 않아 늘 이렇게 슬로우, 슬로우 다닙니다
수성못 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거위 가족. 이원선 기자
수성못 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거위 가족. 이원선 기자

에메랄드빛 하늘에서 내려놓는 봄 볕 고운 날

가족끼리 손에 손을 잡고 봄나들이 가세

내 앞장서고 당신 뒤를 맡아 아이들 챙겨서 가세

 

개나리 노랗게 피고 벚꽃 하얗게 벙글어진 날

아이들 가슴에 노랑 명찰 붙이고 가세

김밥 도시락에 양념 통닭도 넣어 가세

 

백로 보금자리 틀고 가마우지 물장구치는 날

다섯 명 병아리처럼 나란히 줄지어 가다가

새싹에 말 걸고 봄 꽃 배경에 인증샷 남겨보세

 

잉어무리 자맥질하고 산야로 봄 이야기 자자한 날

인심 좋고 물 맑고 공기 청아한 수성못으로

가세 잔잔한 수면에 뽀글뽀글 파문 일으키며 가세

 

대구 수성못으로 거위가족 다섯이 봄나들이를 나왔다. 푸릇푸룻 연두 빛 수면을 나란히 나란히, 일렬 종대를 지어 느릿느릿 헤엄쳐가고 있다. 평화롭고 조용한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우리들은 바쁘지 않아 늘 이렇게 슬로우, 슬로우 다닙니다. 태연하게 앞을 지나서 간다.

봄볕을 가득 품은 호수 면이 면경지수처럼 잔잔한 위로 가마우지도 백로도 왜가리도 둥지를 트느라 분주히 날아다닌다. 얼마 전 물벼락을 맞아 부서지고 씻겨나간 보금자리를 보수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어 보인다. 짧은 봄날에 집을 짓고 번식을 하려면 시시각각이 짧단다.

마냥 여유로운 몸집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오늘은 어느 인심 좋은 사람을 만나서 배를 불려 볼거나! 몸집에 비해 자그마한 눈동자를 떼구르 굴리며 사방을 살핀다.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는 길 강도 모양 꽥꽥거려 보채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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