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야 못 먹어, 얼른 뱉지 못해!
오리야 못 먹어, 얼른 뱉지 못해!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2.05.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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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수서의 작은 곤충이나 수초 등을 뜯어 먹고 산다
살고자 입안에서 톡톡 튀어야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피라미를 입에 문 오리의 뒤를 쇠백로가 어슬렁, 뒤를 따르고 있다. 이원선 기자
피라미를 입에 문 오리의 뒤를 쇠백로가 어슬렁, 뒤를 따르고 있다. 이원선 기자

오리가 피라미 한 마리를 잡았다. 놓치지 않으려고 입에 꽉 문 모양으로 보아 꼭 먹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그런 오리의 뒤를 쇠백로가 느린 걸음으로 뒤따르고 있다. 피라미를 뺏으려는 의도 보다는 산보 수준으로 뒤를 따른다.

피라미는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각양각색이다. 강피리, 개피리, 수루메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피라미는 잉어과의 한 종류로 한국, 일본, 중국 등이 원산지로 일반 하천에서 주로 서식한다. 크기는 약 8~12cm 정도로 잡식성이다.

피라미는 볼품없는 작은 크기로 별 볼일 없는 것들을 비유할 때 종종 쓰인다. 수사기관에서 잔챙이만 낚았다고 할 때나 ‘박경리의 <토지>에서는 ‘티끌 모아 태산’과 비슷한 의미로 ‘피래미라도 열 마리 잡으면 중고기’라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했다.

오리는 수서의 작은 곤충이나 수초 등을 뜯어 먹고 산다. 간혹 물고기를 먹기도 하지만 어린 치어에 한해서다. 어쩌다가 재빠른 피라미를 잡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오리가 한입에 삼키기에는 벅차 보인다. 쇠백로도 이를 알고 있는지 오리의 꽁무니만 졸졸 따른다. 결국 못 먹고 버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데 하늘로부터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 내리면서 작은 변화가 왔다.

오리로부터 피라미를 빼앗은 왜가리가 물에 씻고 있는 뒤로 쇠백로가 보인다. 이원선 기자
오리로부터 피라미를 빼앗은 왜가리가 물에 씻고 있는 뒤로 쇠백로가 보인다. 이원선 기자

왜가리는 새들 중 상위 그룹이다. 왜가리의 등장에 오리는 입에 물었던 피라미를 뱉어 내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이다. 죽은 피라미가 물에 둥둥 뜨지만 쇠백로는 감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왜가리의 눈치만 살핀다. 느긋하게 먹이를 차지한 왜가리는 죽은 피라미를 입안에 넣어 굴리다가 탐탐치가 않은 듯 부리를 이용해서 물로 씻는다. 그러다가 이내 먹기를 포기다. 배가 부른 모양이다. 한데 그것도 아닌 듯싶다. 이미 죽어서 사지를 늘어뜨린 먹이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살고자 입안에서 톡톡 튀어야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죽은 피라미의 사체가 물 위를 둥둥 떠내려간다. 죽은 피라미의 지난밤 꿈이 사나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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