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 사냥꾼 왜가리
딱딱! 사냥꾼 왜가리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2.04.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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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기회를 노려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아 보지만 번번이 허탕이다
어리보기의 피라미가 지난밤 꿈자리가 사나웠나 보다

* 사진은 왜가리의 사냥 장면을 11장 연속으로 촬영한 기록이다.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2).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3).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4).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5).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6).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7).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8).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9).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0).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 이원선 기자
왜가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11). 이원선 기자

물가에서 줄기차게 물속을 노려보는 왜가리를 보노라니 노동(盧仝 775-835)의 백로사(白鷺鷥)란 시조가 생각난다.

“刻成片玉白鷺鷥(각성편옥백로사)/ 欲捉纖鱗心自急(욕착섬린심자급)/ 翹足沙頭不得時(교족사두부득시)/ 傍人不知謂閑立(방인부지위한립)

옥으로 다듬은 듯 흰 백로 한 마리가/ 작은 고기 잡으려고 마음이 다급하네!/ 모래밭에 발돋움해 기회를 노리거늘/ 사람들은 모르고서 한가하게 섰다 하네!”

왜가리의 사냥술은 쇠백로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보인다. 쇠백로가 재빠른 동작으로 서너 마리의 피라미를 잡을 동안 왜가리는 멍청하게 서있기만 한다. 허탈해하는 표정이 오히려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쩌다 기회를 노려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아 보지만 번번이 허탕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보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일다경을 넘어서도 꼿꼿한 자세하나 흩트리지 않고 한결같이 벼르고 벼르는 모양새가 이번 만은 일을 낼 것 같은 느낌이다. 왜가리 사전에 포기란 없다고, 물속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녀석이 비호같은 동작으로 뾰족한 부리의 끝을 물속으로 깊숙이 찔러넣는다. 순간 씨알이 굵은 붕어라도 지나가나보다 했다. 물고기의 종류와 크기를 떠나 과연 성공일까? 실패일까?

벌써 몇 차례에 걸쳐 실패를 한 녀석치고는 제법 옹골차 보인다. 왜가리가 찰나지간에 사냥술을 펼쳐 물고기를 잡는다면 카메라의 초점 역시 왜가리와 호흡을 같이 해야만 멋진 동작을 잡을 수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라오는 모양새가 심상찮다. 실패냐 성공이냐의 갈림길에서 부리중앙으로 희끗희끗한 물체 하나가 언뜻언뜻 보인다. 왜가리의 엉성한 사냥술에 어리보기의 피라미가 지난밤 꿈자리가 사나웠는지 황천길로 들어선 모양이다.

비록 성에 차지는 않지만 한입에 꿀꺽 삼킨다. 기분이 좋은지 왜가리 녀석이 부리를 딱딱 부딪치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