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 이야기] 도원동의 느티나무
[노거수 이야기] 도원동의 느티나무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1.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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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지 위아래 동네의 수령 400~500년 느티나무들
아름다운 수형의 노거수는 당산나무로 대접받아
달서구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

느티나무는 수형이 아름다워 가로수나 관상용으로 많이 심으며 무늬와 색상도 고와 고급 목재로도 쓰인다. 예로부터 동네의 당산나무는 느티나무나 팽나무가 주를 이루었다.

도원동 원덕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된 느티나무가 무성한 잎을 달고 서있다. 권오훈기자
도원동 원덕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된 느티나무가 무성한 잎을 달고 서있다. 권오훈기자

 

대구시 달서구 상화로58길(도원동 670번지) 롯데캐슬 레이크와 이다음 레이크뷰 아파트 단지 사이 원덕어린이공원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나무 높이 15m, 둘레는 8.1m에 달한다. 1982.10.30에 달서구의 보호수(고유번호 7-1)로 지정되어 나무 주위는 접근할 수 없도록 보호용 울타리를 둘렀다. 아래 둥치에서 크게 두 갈래로 가지가 벌어졌는데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밑둥치 속이 썩은 것을 파낸 자리는 수목 치료로 메웠으며, 가지는 철제 지지대로 받쳐주었다. 잎과 가지는 무성하여 여전히 사람들에게 큰 그늘을 만들어주고 위용도 자못 우람스럽다. 나무가 있는 언덕은 작은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미끄럼틀과 시소, 모래 동산뿐 아니라 정자와 운동기구까지 설치되어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느티나무 노거수는 작은 어린이공원에 있다. 정자와 미끄럼틀과 시소, 그리고 모래밭이 있어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그만이다. 권오훈 기자
느티나무 노거수는 작은 어린이공원에 있다. 정자와 미끄럼틀과 시소, 그리고 모래밭이 있어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그만이다. 권오훈 기자

 

이곳의 원래 이름은 원덕(遠德)마을인데 예로부터 복사꽃 향기가 온 마을에 가득하고 산 좋고 물 맑아 무릉도원과 같다 하여 도원동(桃源洞)이라고 불리었다. 그래서 그런지 도원지를 접한 수변공원에는 복숭아나무가 유독 많다. 지금부터 500여 년 전 청룡산 자락 배산임수에 터를 잡아 성산김씨, 동래정씨, 김해김씨, 담양전씨, 합천이씨 등 60여 호가 살던 곳으로 현 위치는 ‘곤지둑’이라 불리었으며 마을 주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인데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흩어져 이주하였다.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본 노거수, 곤지둑 위에 있다. 권오훈 기자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본 노거수, 곤지둑 위에 있다. 권오훈 기자

 

도원지 안쪽 마을은 수밭골 음식거리로 조성되어 옛 가옥을 거의 헐어내고 신축건물에 식당과 카페가 들어섰다. 마을 끝나는 지점에 네 그루의 고목 느티나무가 있다. 이 나무들도 같은 날 달서구로부터 보호수(고유번호 7-4)로 지정되었는데 수령은 400년이 넘는다.

수령 400년된 네 그루의 느티나무가 둘러서 있다. 권오훈기자
수령 400년된 네 그루의 느티나무가 둘러서 있다. 권오훈기자

 

이곳 바위에 새겨진 안내문에 의하면 500년 전 박씨 성을 가진 선비가 마을을 개척하면서 숲이 울창하여 추전(萩田) 이라 부르던 것이 현재의 수밭으로 변했다고 한다. 네 그루의 느티나무에 잎이 동시에 싹트면 풍년이 든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제일 오래된 나무는 뿌리 부분에서 두 갈래로 갈라졌고 아래로 늘어진 가지는 금속 지지대에 의존하여 지탱한다. 나무 주변은 바닥을 시멘트로 평평하게 만들고 가운데에 둥그스름한 당산신위비(堂山神位碑)를 세워 신성시하는 당산나무다. 정월 대보름이면 주민들이 당제를 지내고 나무 주위로 금줄을 쳐 출입을 삼가도록 한다.

제일 오래 된 느티나무 아래 당산신위비가 세워져 있다. 권오훈 기자
제일 오래 된 느티나무 아래 당산신위비가 세워져 있다. 권오훈 기자

 

나무 주위는 정자와 운동기구, 벤치가 마련되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느티나무 군락지 가까운 곳에는 나무를 상징하는 통나무식당, 정자나무집, 느티나무카페 등의 상호를 가진 집들이 성업 중이다.

느티나무 바로 앞까지 건물이 들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권오훈 기자
느티나무 바로 앞까지 건물이 들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권오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