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벌깨덩굴이 꽃을 피우다
[시골 꽃 이야기] 벌깨덩굴이 꽃을 피우다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5.13 17: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향기 좋고 꿀이 많은 벌깨덩굴

5월은 푸르다. 햇살은 따뜻하고 신록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유혹한다. 이렇게 좋은 봄날에 그냥 집에 있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라 나선 숲길에서 벌깨덩굴을 만났다. 그런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분명히 지난해에 발견하고 무슨 꽃인지 알아두었는데 내 기억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시 사진을 찍고 식물 이름을 알려주는 곳에 올려서 이름을 되살렸다. 아하, 바로 벌깨덩굴이다.

향기 좋고 꿀이 많은 벌깨덩굴꽃. 장성희 기자
향기 좋고 꿀이 많은 벌깨덩굴꽃. 장성희 기자

 

벌깨덩굴에서 앞 글자 ‘벌’은 벌들이 이 식물에 많이 날아와서이고, ‘깨’는 잎이 마치 깻잎을 닮아서 붙여졌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가면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누워 자라면서 다른 식물을 감는다고 하여 덩굴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연보랏빛 꽃이 층층이 달려 있을 뿐 왜 덩굴이란 말이 붙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에 와서 다시 찾아보니, 꽃이 피어 있을 때는 위로 곧게 자라지만 꽃이 지고 열매를 맺을 때 쯤 줄기가 덩굴처럼 자라면서 다른 식물을 감거나 절벽을 붙잡으면서 타고 넘는다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야누스적인 꽃이 있단 말인가. 아닌 게 아니라 벌깨덩굴은 꽃이 필 때는 얌전한 모양이었으나 꽃이 지고 난 다음에는 성질이 뒤바뀌므로 야누스적인 식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는 성문과 가정의 문을 지키며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 즉 앞뒤가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신이다. 본래는 사람이 드나드는 문을 지키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이었다. 그런데 앞면과 뒷면이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여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를 가리키는 나쁜 의미의 비유로 널리 쓰이고 있다.

들꽃들의 모습은 서로 비슷하지만 똑같은 것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꽃들도 저마다의 빛깔과 멋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벌깨덩굴꽃은 참 희한하게 생겼다. 마치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수염 같은 털이 나 있다. 한 무리의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리며 헤엄을 치는 모습 같다.

벌깨덩굴의 꽃말은 ‘메기, 순결’이다. 꽃에 난 흰 수염 같은 것 때문에 물고기인 메기를 떠올렸을 것이고, 누구나 꽃을 보는 순간 순결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벌깨덩굴은 숲에 사는 메기인 셈이다. 꽃은 긴 입술을 내밀고 뭘 달라고 하는 것처럼 주둥이를 쭉 내밀고 있다. 아무리 그래 보았자 줄 게 없다. 다만 오직 한 방향으로만 꽃을 피우며 향기를 뿜는 벌깨덩굴에게 오랫동안 시선을 주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