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오월, 붓꽃 이야기
[시골 꽃 이야기] 오월, 붓꽃 이야기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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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닮은 붓꽃이 색색이 피어나다

이름 모를 산새소리 지저귀는 초여름, ‘인연의 뜰’ 정원에는 진보랏빛 붓꽃이 봉오리를 치켜 올리고, 맛난 된장 익어가는 장독대 옆에는 연보랏빛 붓꽃이 피고 있다. 그리고 정자 앞에는 노란 붓꽃이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붓꽃은 꽃의 크기와 색깔에 따라 제비붓꽃, 솥붓꽃, 노란붓꽃, 각시붓꽃, 부채붓꽃, 독일붓꽃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우리 농원에 있는 붓꽃들은 몇 해 전에 아는 집에서 조금씩 얻어와 심어 놓은 것인데, 올해에는 개체수가 늘어나서 색색의 빛깔을 수놓고 있다. 붓꽃은 꽃 중에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꽃이어서 더 예뻐 보인다. 옮겨 심어 놓아도 잘 자라고, 돌보아 주지 않아도 풍성하게 개체수를 늘려주면서 꽃도 잘 피운다. 그리고 누가 씻어 주지 않아도 방금 세수한 깨끗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붓꽃 봉오리. 장성희 기자
붓꽃 봉오리. 장성희 기자

붓꽃은 여름을 재촉하는 계절에 피는 꽃이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농원을 보랏빛, 노란빛 등 다양한 색깔로 바꾸어 놓았다. 붓꽃은 그 모습이 청초하고 기품이 넘쳐흐르는 것 같아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장미, 튤립, 국화와 함께 4대 원예작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특히 독일의 문호인 헤르만 헤세가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해마다 붓꽃이 피어나는 때가 가장 황홀한 시간이자 은총의 순간이라고 하였다’고 하니 얼마나 붓꽃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어떤 모습 때문에 헤르만 헤세가 그렇게 빠져들었나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꽃잎은 두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깥 세 조각은 유연하게 허리를 젖히고 있고, 안쪽 세 조각은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꽃받침 안쪽을 보니 영롱하기 그지없는 범 무늬가 예쁘게 수놓아져 있다. 보면 볼수록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꽃이다.

활짝 핀 붓꽃. 장성희 기자
활짝 핀 붓꽃. 장성희 기자

 

 

함초롬한 꽃봉오리가 마치 붓에 먹물을 찍어 놓은 모양 같다고 하여 붓꽃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봉오리 하나를 톡 꺾어서 종이에 갖다 대면 붓글씨가 바로 써질 것만 같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칼 모양을 닮은 잎 때문에 용감한 기사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국화이기도 하다. 서양 사람들은 붓꽃을 '아이리스' 라고 부르는데 무지개란 뜻이라고 한다. 아마 꽃잎 무늬가 알록달록해서일 것이다. 비가 내린 뒤에 뜨는 무지개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래서인지 꽃말이 ‘기쁜 소식’이다.

따뜻한 5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가늘고 긴 잎 사이로 보랏빛 봉오리가 활짝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졸음이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 청순한 보랏빛 자태의 붓꽃들이 무리지어 바람에 살랑거리니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가 날린다. 농사일만 쌓이지 않으면 너무도 좋은 계절이다.

노란 붓꽃이 활짝 피었다. 장성희 기자
노란 붓꽃이 활짝 피었다.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