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꽃양귀비와의 만남, 그리고 사랑
[시골 꽃 이야기] 꽃양귀비와의 만남, 그리고 사랑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6.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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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자태로 유혹하는 꽃양귀비를 보며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서서히 여름 꽃들이 선을 보인다. 그 중에 대표적인 꽃이 꽃양귀비이다. 6월은 꽃양귀비의 화려한 자태를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양귀비는 아편의 꽃이자 미인의 상징으로 둘 다 치명적인 면이 있다. 아편은 덜 익은 씨앗 꼬투리에 상처를 내 흐르는 유액을 모아 만드는데 청나라 말기에 사람들이 중독이 되어 나라가 망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당나라 때에는 현종황제가 미녀 양귀비에게 빠져 결국 나라가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흔히 양귀비를 가리켜 경국지색이라고 한다. 아름다워도 너무 지나치면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이니 무엇이던지 적당한 게 좋은가보다.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요즘에는 어디를 가든지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옛날부터 하늘이 내린 꽃이라고 했는데, 지천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기존의 양귀비의 마약성분을 빼고 아름다운 꽃만 볼 수 있도록 개량했기 때문이다. 양귀비와 꽃양귀비의 구분은 쉽다. 꽃과 잎, 줄기 등 전체에 잔털이 나 있으면 꽃양귀비이고, 털이 없이 매끈하면 양귀비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꽃양귀비. 장성희 기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꽃양귀비. 장성희 기자

꽃양귀비는 우미인초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초나라 항우의 애첩 우희가 전쟁터에서 유방의 부대에게 포위되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술자리에서 항우가 우희와의 안타까운 이별을 시로 썼고, 우희가 이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 뒤에 자결하였다. 그 후 우희의 무덤에서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을 사람들은 우미인초라고 했다. 바로 꽃양귀비이다. 양귀비와 우미인초는 중국을 대표하는 미인들의 이름을 따온 꽃인데, 양귀비의 꽃말은 위안과 망각이고 우미인초는 속절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꽃말이 두 미인의 얽힌 사연과 어울리는 것 같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동안에는 위안을 얻어 세상살이 시름을 잊을 수 있지만, 인연이 다하면 속절없어지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웃사람이 꽃양귀비 씨앗을 나누어 주어 가을에 뿌려놓았더니 올해도 싹이 터서 예쁜 꽃이 피었다. 씨는 모래알 만한데 그 속에 이런 예쁜 생명이 숨어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빨간 단색의 꽃이지만 도도하면서도 화려함을 보여준다. 하늘거리는 꽃잎, 선명하고 요염한 색깔은 가히 경국지색이라 할만하다. 피는 모양새는 한없이 요염하며 엷은 한지 같은 느낌의 꽃잎은 바람이 불면 휘어지면서 그 색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그 어떤 물감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색으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녹이고도 남는다. 마치 살랑살랑 손짓하듯 유혹하니 안 넘어갈 사람이 없을 것 같다.

화려한 꽃양귀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성희 기자
화려한 꽃양귀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성희 기자

문득 당 현종의 양귀비에 대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과연 당 현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양귀비의 미모만으로 아들의 여자를 빼앗고 나라를 망하게 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실제 양귀비는 키가 작고 몸매가 풍만했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기록이 없다고 한다. 단지 어릴 때부터 가무에 능하고 총명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양귀비꽃도 다른 꽃에 비해 특이한 면이 있다. 럭비공 같은 봉오리에서 나온 타원모양의 얇은 꽃잎이 바람에 따라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마 양귀비꽃처럼 양옥환도 당 현종에게 특별한 그 무언가가 있었을 것만 같다. 당 현종이 사랑한 양귀비와 항우가 사랑한 우희의 사랑에는 차이가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들 모두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했으니까.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양귀비. 장성희 기자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양귀비. 장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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