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청초하고 귀여운 숲속의 각시붓꽃
[시골 꽃 이야기] 청초하고 귀여운 숲속의 각시붓꽃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5.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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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산책길에서 각시붓꽃을 만나다

비가 그치고 나서 뒷산이 궁금하여 산책을 나섰다. 봄에는 산의 모습이 매일 바뀌어 며칠만 있다가 가도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꽃다지, 노루귀, 제비꽃, 양지꽃, 광대나물 등이 차례로 산의 주인을 자처하며 인사를 했는데 어느 샌가 진달래, 산벚꽃이 온 산을 뒤덮었다. 그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나니, 예쁜 각시들이 연둣빛 풀숲에서 보랏빛 손짓을 하며 봄나들이를 나왔다. 꽃잎은 단아하면서도 화려하고 잎은 난초보다도 더 힘차게 솟구친 모습이다. 요즘은 많은 꽃들이 피어나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이 청초하고 귀여운 각시붓꽃이 뒷산의 주인이라고 해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이때가 각시붓꽃이 활동하기 제일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서늘한 숲가에 피어 있는 각시붓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그마한 꽃의 아름다운 색감과 그 잎이 보여주는 날렵한 모습에 마음을 쏘옥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각시는 ‘작고 여리다’라는 의미와 ‘새색시처럼 아름답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듯이 각시붓꽃은 일반적인 붓꽃에 비해 크기가 작고 예쁘다. 붓꽃이란 꽃봉오리 모양이 붓과 닮아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붓을 활짝 펼친 모습이다. 꽃말은 '부끄러움, 세련됨'이다. 아마 이제 막 시집온 각시처럼 수줍어하며 곱게 생겨서인 것 같다. 작은 키에 보라색 꽃, 긴 잎까지 볼수록 세련된 모습이다. 각시붓꽃은 꽃이 빨리 시들어서 싱싱한 꽃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이렇게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새색시처럼 아름다운 각시붓꽃
새색시처럼 아름다운 각시붓꽃. 장성희 기자

 

짧지만 단아하고 청초한 삶을 살아가는 이 예쁜 각시붓꽃에는 화랑 관창과 그의 정혼녀 무용의 슬픈 사랑 이야기도 담고 있어 더 애처롭다. 신라와 백제가 격전을 벌인 황산벌에서 관창이 주검이 되어 돌아오자 무용은 영혼결혼식을 올린다. 날마다 관창을 사모하다가 어느 날 죽어 관창의 무덤 옆에 묻혔는데, 그곳에 피어난 꽃이 각시붓꽃이라고 한다. 꽃은 어여쁜 각시를 닮았고, 잎은 용감한 화랑 관창의 칼을 닮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각시붓꽃의 고운 자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다소곳하고 소박한 느낌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해마다 봄 산책을 하며 새로운 꽃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된다. 시골에 오지 않았으면 이런 소소한 행복을 알지 못하고 살았을 것 같다. 봄비에 젖은 싱그러운 연둣빛 숲속에서 봄을 만끽했다.

각시붓꽃이 숲속에 곱게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각시붓꽃이 숲속에 곱게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