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미워할 수 없는 매발톱꽃
[시골 꽃 이야기] 미워할 수 없는 매발톱꽃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5.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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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발톱꽃이 다양한 모양과 갖가지 색으로 피어나고 있다

푸르름이 가득한 신록의 계절에 매발톱꽃이 장독대 앞에 예쁘게 피어 우리집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수없이 많고,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이름도 많다. 매발톱은 특이한 이름을 가진 꽃 중의 하나다. 5개의 뿔 주머니가 매의 발톱처럼 매서운 기상을 닮았다고 하여 매발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처음에 씨앗으로 우리와 인연을 맺은 이 꽃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모양과 여러 가지 색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보랏빛 매발톱꽃이 곱게 피었다. 장성희 기자
보랏빛 매발톱꽃이 곱게 피었다. 장성희 기자

꽃을 키우다 보면 새로 만나는 꽃도 있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도 있게 된다. 그런데 이 꽃은 어김없이 해마다 피어날 뿐만 아니라 매년 다른 색과 다른 모양으로 새로운 탄생을 알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원인을 알아보니 자연교배로 인한 여러 변종들이 생겨난 것이었다. 매발톱은 자신의 꽃가루보다 다른 꽃의 꽃가루를 더 좋아하여 부근의 꽃의 색깔에 따라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 색의 매발톱꽃이 심지도 않았는데 나타나게 되었다. 자연은 참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중국에서는 이런 이유로 매발톱꽃을 ‘매춘화’라고 부르고, 꽃말도 ‘바람둥이’라고 한단다. 옛말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 비슷한 모양이다. 사람들도 법과 제도가 없다면 매발톱처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무늬가 생긴 보랏빛 매발톱꽃. 장성희 기자
무늬가 생긴 보랏빛 매발톱꽃. 장성희 기자

아무튼 꽃은 예쁘면 그것으로 되었다. 예쁜 꽃에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을……. 그래서인지 잘 꾸며진 정원이 있는 집에는 이맘때에 꼭 한자리를 치지하고 있다. 우리집 장독대 주변에도 가느다란 줄기에 행여나 바람 불면 꺾일 새라 꼭 붙들고 살랑거리고 있다. 꽃이 무거워서인지 땅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고개를 들어보라고 하고 싶지만 그것이 편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장미 못지않게 군락을 이루어 오랫동안 꽃을 보여주는 매발톱은 앙큼하면서도 우아하여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도 없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보여주는 매발톱꽃을 보면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한 사랑도 깊어졌다. 내년 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꽃을 좋아하면 늙어가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하던데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을 보면 나도 그런 건가 싶다.

화사한 분홍빛을 띈 매발톱꽃. 장성희 기자
화사한 분홍빛을 띈 매발톱꽃.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