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골짜기의 황금, 산괭이눈
[시골 꽃 이야기] 골짜기의 황금, 산괭이눈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4.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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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괭이눈을 보며 인연을 떠올리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봄의 산은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삶에 충실하다보면 마음만 있을 뿐, 산길을 걸어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시골에서는 눈만 뜨면 변하는 산이 손짓을 한다. 그래서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어느새 산길로 들어서게 된다. 오늘은 어떤 꽃을 만나게 될까, 부푼 기대를 하는 것은 시골에 와서 겪는 일종의 계절병이다. 산길을 걷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예쁘게 피었던 꽃이 자취를 감추고 또 다른 꽃이 그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마지막인 듯한 분홍색 진달래도 드문드문 보이고, 제철 맞은 조팝나무꽃, 산앵두꽃, 산벚꽃, 분꽃이 연둣빛 산속에서 저들만의 빛을 뽐내고 있다.

낮은 산을 둘러보고 골짜기로 내려오는 길에 노랗고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고양이의 눈처럼 아름답고 신비하다고 하여 ‘산괭이눈’ 이라고 부른다. 정말 고양이 눈과 닮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아서인지 그렇게 보이지는 않고, 작고 깜찍한 꽃이 작은 보석상자 같은 곳에 사랑스럽게 담겨 있다. 그러고 보니 황금색으로 보이는 것 전체가 꽃이 아니고, 잎이 꽃을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작은 꽃을 큰 꽃처럼 보이게 하여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려고 녹색 잎을 노란색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살아남기 위한 식물의 지혜가 엿보인다.

요즘 산길에서는 새로운 꽃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소한 것이 많아 금세 이름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찾아보고 또 물어보기를 반복한다. 누군가 꽃 이름은 삼백 번을 불러주어야 외워진다고 했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늘 만난 ‘산괭이눈’도 또 찾아보았다. 알았었는데, 하면서. 수많은 꽃들 중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그런데, 반갑게 만났다가 헤어지면 또 잊어버리고 살 것이다. 깊은 산속에 곱게 피어 있는 산괭이눈을 바라보며 멀어져간 인연들을 떠올려본다. 생각조차 나지 않는 수많은 인연들.

내년에 이곳에 오면 앙증맞은 산괭이눈을 다시 볼 수 있겠지. 기억 저 편의 인연들도 다시 찾으면 분명 길게 이어지리라.

고양이 눈을 닮은 산괭이눈
고양이 눈을 닮은 산괭이눈. 장성희 기자
산괭이눈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장성희 기자
산괭이눈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