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의 수도원, 스페인 몬세라트
절벽 위의 수도원, 스페인 몬세라트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0.11.0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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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과 산 사이에 자리한 몬세라트 수도원.   이성호 작가
바위산과 산 사이에 자리한 몬세라트 수도원.    이성호 작가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가는 데에는 여러 길이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법, 산악열차를 타는 법, 걸어서 오르는 법. 그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바위산과 바위산 사이에 자리 잡은 몬세라트 수도원을 마주하는 순간,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조화를 이루어 빚어낸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 고개를 숙인다.

 

몬세라트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성호 작가
몬세라트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성호 작가

 

해발 1,236m 몬세라트산 중턱 725m에 자리 잡은 수도원은 신비로움으로 순례자를 이끈다. 이 웅대한 자연은 가우디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곳 사람들에게는 가톨릭 신앙을 뿌리내리게 했다.

 

검은 성모님. 순례자들은 구슬 위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한다. 이 간절함이 소원을 이루게 하는 힘이 아닐까?  이성호 작가
검은 성모님. 순례자들은 구슬 위에 손을 올리고 마음을 담아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한다. 이 간절함이 소원을 이루게 하는 힘이 아닐까? 이성호 작가

 

베네딕토 수도회에서 관리하는 이 수도원에는 ‘라 모레네타(La Moreneta)’라 불리는 검은 얼굴의 성모상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성모상은 사도 루카가 조각한 것으로, 베드로 사도가 스페인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그 후 8세기경 무어인의 지배를 받을 때 누군가 이 성모상을 동굴 깊이 감추었는데, 880년경 목동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빛을 따라 들어간 동굴 속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했다고 전한다.

 

하늘 사이 드러난 빛줄기를 보며, 목동들을 이끌었던 신비로운 힘을 상상한다.  이성호 작가
자연이 보여주는 향연 앞에서, 그때 목동들을 동굴로 이끌었던 신비로운 힘을 상상한다. 이성호 작가

 

‘블랙마돈나’. 순례자는 검은 성모님을 만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지어 기다린다. 성모상은 유리막 안에 모셔져 있다. 성모님이 손에 든 구(球)의 반쪽만이 유리 바깥으로 나와 순례자의 손길을 허락한다. 모두 그 구 위에 손을 올리고 기도한다. 자신의 바람을 성모님이 전해주기를 간절히 청하며.

 

대성당 안의 모습. 이층 제단에 블랙마돈나의 모습이 보인다. 성모상에서 뒤돌아보면 대성당 내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성호 작가
대성당 안의 모습. 이층 제단에 블랙마돈나의 모습이 보인다. 성모상에서 뒤돌아보면 대성당 내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성호 작가

 

블랙마돈나와 함께 몬세라트 수도원을 대표하는 것은 ‘에스콜라니아(Escolania) 소년 합창단’ 이다. 오직 여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천상의 노래를 듣기 위해, 미사 시작 전부터 성당 안은 순례자들로 가득해진다.

 

천국의 계단. 수비라치의 작품이다. 수비라치 특유의 정형화된 간결함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벼랑 끝과 위로 오르는 힘. 그 역설적 표현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성호 작가
천국의 계단. 수비라치의 작품이다. 수비라치 특유의 정형화된 간결함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벼랑 끝과 위로 오르는 힘. 그 역설적 표현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성호 작가

 

절벽 끝에서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의 '천국의 계단'을 만난다. 수비라치는 성가족 성당의 ‘수난의 파사드’를 세운 건축가이다. 가우디라는 큰 건축가의 그늘에 가려, 가우디가 만든 ‘환희의 파사드’와 너무나 다르다는 이유로 숱한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수비라치. ‘천국의 계단’에 하늘나라로 가고자 하는 소망을 얹는다.

 

길은 우리를 다시 세상 속으로 이끈다. 이성호 작가
길은 우리를 다시 세상 속으로 이끈다.  이성호 작가

 

이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연이야말로 신이 만든 건축이다” 라고 한 가우디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의 사진은 이성호 작가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성호 사진가는

1962년生. 1988년 영남대학교 졸업. 2020년 계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재학중.

현대사진영상학회원. 한국사진학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원.

현 대구광역시 남구청 도시창조국장

<개인전>

2020 사라져가는 풍경, 정미소-슬로시티함창갤러리-상주

2019 가톨릭성지-1898갤러리-서울/ DCU갤러리-대구

2018 정미소프로젝트-예술발전소-대구(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7 정미소프로젝트-대심리복합문화공간-예천

2016 空-봉산문화회관-대구

2015 空-갤러리now-서울

2012 청도유등축제 초대전-청도

<출판>

가톨릭성지-눈빛출판사-한국사진가100선 #61

<수상>

2020 부산국제사진제 포토폴리오 리뷰 최우수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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