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베들레헴'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 충남 당진 솔뫼 성지
‘한국의 베들레헴'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 충남 당진 솔뫼 성지
  • 강효금
  • 승인 2020.07.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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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순례길은 합덕 장터의 옛 지명인“버그내”에서 유래했다. 신리 성지에서 버그내순례길을 따라 13.3km을 걷다 보면 솔뫼 성지에 이른다. 충남에서 당진·아산·서산·홍성·예산 일대를 내포문화권이라 한다. 내포는 중국 상선이 드나들며 무역하던 길목이었다. 삽교천을 따라, 외국 문물과 함께 천주교 문화와 신앙도 전해졌다. 전국 108곳에 이르는 천주교 성지 중에 17곳이 내포를 중심으로 한 충남 지역에 몰려 있다. 내포는 한국 천주교를 잉태한 곳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소나무 우거진 동산’이라는 뜻의 ‘솔뫼’는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솔뫼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간 김대건 안드레아는 1845년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고,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가 되었다.

 

성지 입구에 들어서면 뫼 산(山)자 모양의 조형물이 마중 나온다.    이성호 작가
성지 입구에 들어서면 뫼 산(山)자 모양의 조형물이 마중 나온다. 이성호 작가

 

소나무 우거진 동산 옆으로 김대건 신부가 10살 무렵까지 살았던 생가 터가 있다. 증조부인 김진후(해미에서 순교), 작은할아버지 김종한(대구에서 순교), 아버지 김제준(서울 새남터에서 순교)과 김대건(새남터에서 순교) 신부까지 4대에 걸쳐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았다. 1906년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생가 터를 확인하고, 1946년 김대건 신부 순교 100돌을 기념해 생가를 복원하고 성지로 조성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대건 신부의 생가를 찾아 꽃을 바치고 기도를 드렸다. 그때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 뭉클해진다. 연약한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기도문. 그 기도문이 다시금 가슴을 친다.     이승호 작가
2014년 8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대건 신부 생가를 찾아 꽃을 바치고 기도를 드렸다. 그때 그 모습을 재현한 조각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 뭉클해진다. 연약한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교황의 간절한 기도문. 그 기도문이 다시금 가슴을 친다. 이성호 작가

 

 

고통 속에서 절규하는 그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끝없는 고통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성호  작가
십자가의 길 제11처. 고통 속에서 절규하는 예수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끝없는 고통에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성호 작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의 주검을 끌어안은 성모 마리아. 예고된 '칼에 찔린 듯한 고통' 이었지만, 아들의 얼굴을 감싸 쥔 어머니의 손은 막막하다.   이성호 작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의 주검을 끌어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 예고된 '마음이 칼에 찔린 듯한 고통' 이었지만, 아들의 얼굴을 감싸 쥔 어머니의 손은 막막하다. 이성호 작가

 

 

성당과 기념관은 김대건 신부가 상해에서 타고 온 작은 배 라파엘 호를 본떠 만들었다. 외벽은 철판으로 만들어져 녹슬며 붉은색을 띤다. 마치 순교자의 검붉은 피를 마주하는 것 같다.

 

성당 제대 옆으로 김대건 신부 일행이 풍랑을 만나 갖은 어려움을 겪고 내포에 도착하는 모습이, 색유리에 담겨져 있다. 이성호 작가
성당 안 제대 옆으로, 김대건 신부 일행이 풍랑을 만나 갖은 어려움을 겪고 내포에 도착하는 모습이 색유리에 담겨져 있다. 이성호 작가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낡은 미사경문이 '사제의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성호 작가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헤진 미사경문이 '사제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이성호 작가

 

 

 

아레나 광장에 세워진 십자가.  아레나는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으로 많은 공연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했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죽어간 순교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성호 작가
솔뫼 성지 아레나 광장에 세워진 십자가. 아레나는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으로  공연이 열린 날 많은 이들이 즐거워하는 축제의 장소이기도 했지만, 순결한 그리스도인들이 죽어간 순교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성호 작가

 

 

 

김대건 신부 동상      이성호 작가
솔뫼를 뒤로 하고 서 있는 김대건 신부 동상. 동상은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갓과 도포를 갖추고 영대를 두른 모습이다. 뒤로는 보호자인 성모를 의미하는 흰 기념탑을 세웠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로 그가 느꼈을 책임감과 소명의식, 그 마음의 깊이는 얼마일까.      이성호 작가

 

김대건 신부의 축일이 되면 사제는 '진홍빛 제의'를 입는다. 순교로 흘린 그 피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리라. 일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의 짧은 사제 생활이었지만, 김대건 신부는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그를 취조하던 관리도 이런 말을 했다 전해진다.

"그대가 말하는 신앙의 진리가 훌륭하고 옳으나, 임금이 천주교를 허락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구나."

 

이 기사 안의 사진은 이성호 작가가 제공했습니다.

이성호 작가는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개인전

2019 가톨릭 성지, 1898갤러리, 서울

2019 가톨릭 성지, CU갤러리, 대구

2017 정미소 프로젝트, 대심정미소복합문화공간, 예천

2016 空,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5 空, 갤러리 나우, 서울

2012 청도 유등축제 초대전,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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