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가 필요한 세상
'염치'가 필요한 세상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0.06.29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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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과 아전인수가 판치는 작금의 세태
남에게 베풀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염치'가 필요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 및 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생긴 문제),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불법사용 의혹사건, 공공 교통수단에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다툼, 정치권의 각종 논란과 다툼들을 바라볼 때 새삼 도덕의 중요성이 절실히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도덕의 기초가 되는 ‘염치’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한다.

올해 서울대 달력의 표지는 부끄러울 치(恥)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도로 내세웠는데 ‘치’자는 귀 이(耳)자와 마음 심(心)자를 합쳐 ‘마음이 부끄러우면 귓불이 붉어진다’는 뜻을 함축하고, 달력을 넘기면 4월에 다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염치가 등장했다.

'염치'의 사전적 의미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워움을 아는 마음’이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내로남불과 아전인수(我田引水)가 행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기본적인 염치가 없어서이다. 일전에 약수터에서 여러 사람이 물을 떠먹는 바가지 속에 아기 손을 씻기는 애기 엄마를 보았다. 내로남불과 아전인수는 힘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든지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할 때 나쁜 줄 알면서 하지는 않는다. 이 정도면 남들에 비해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기준에서는 옳다고 생각하고 남이 그르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로남불이다. 그리하여 기준을 자기추상 대인춘풍(自己秋霜 對人春風: 자신에게는 가을날의 서릿발처럼 엄격하고 남에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대하는 것)의 기준이 필요하다.

인류는 늘 유토피아를 꿈꿔 왔다. 그러나 이상적인 국가를 뜻하는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없다는 의미의 ‘ou’와 장소를 뜻하는 ‘topos’가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로, ‘어디에도 없는 곳’을 의미한다. 그만큼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최소한 남에게 베풀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실내운동이 어려워 강변 등에서 산책을 많이 하고 있다. 방역의 기본은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그리고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두기이다.

산책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너무나 당당하게 걸어오는 통에 오히려 마스크를 쓴 사람이 가장자리로 피해서 걸어가야 한다. 정말 ‘염치’가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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