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유명 관광지 예류(野柳) 지질 공원
대만의 유명 관광지 예류(野柳) 지질 공원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3.09.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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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지질에 유구한 세월과 더불어 암석 군락이 만들어 낸 절묘한 지형이다
고대 이집트 네페르티티 여왕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애칭이다
내년 총통 선거를 기점으로 대만의 관광지는 중국 본토인 포함하여 한층 분빌 것으로 보인다
제2구역에 있는 여왕 머리 바위. 이원선 기자
제2구역 안에 있는 여왕 머리 바위. 이원선 기자

기기묘묘(奇奇妙妙)의 석림(石林) 사이를 유영하듯 누비는 관광객 대부분이 한국인만 같다. 모습으로 알아보기보다는 쓰는 말투 거의 반이 한국어로 천지삐까리(‘매우 많은’의 경상도 방언)다. 어떤 관광객은 반갑다며 친절하게 한국말로 안내를 자처한다. 이곳이 과연 비행기를 타고 물을 건너온 대만인가 싶다. 과연 나만 헷갈려서 어리둥절인가?

대만의 유명한 예류(野柳) 지질 공원 관광은 한판 더위와의 승부만 같다. 하차와 동시에 등 위로는 자잘한 사금파리 조각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 따갑다. 시퍼렇게 날을 세운 태평양이 눈앞으로 질펀하건만 그 흔한 해풍조차 한 줌이 인색하다. 입구에서 검은 모자를 눌러 쓴 아주머니가 호객 행위로 우산을 사란다. 우산이 꼭 비가 올 때만 소용이 된다던가? 여기서는 우(雨)일 에는 우산으로, 햇볕 쨍쨍한 평일에는 양산으로 변신이란다.

예류 지질 공원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 세계적인 관광지다. 해저의 지형이 솟아오른 탓에 지각 작용과 파도에 의한 침식 작용, 비바람에 의한 풍화 작용이 더해지고, 희귀한 지질에 유구한 세월과 더불어 암석 군락이 만들어 낸 절묘한 지형이다. 그런 까닭에 해안 조각 미술관으로 크게 3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구역은 버섯 모양, 생강 모양, 하트 바위(고래 꼬리 바위), 아이스크림 바위, 벽개(돌이 갈라진 틈), 주전자 동굴, 촛대 바위, 공주 바위를 비롯한 풍부한 카르스트지형을 이루었다. 제1구역에서 단연 인기 톱은 공주 머리 바위다. 유명세에 걸맞게 공주 머리 앞에는 관광객이 길게 장사진을 이루어 차례를 기다린다. 내 생애에 언제 다시 올까? 공주 머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36도를 오르내리는 염천 아래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다.

제2구역은 용머리 바위, 금강 바위, 코끼리 바위, 선녀 신발, 지구 바위, 땅콩 바위 등이 산재해 있으며 버섯 모양이나 생강 모양의 바위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1구역에 비해 규모가 적어 보였으나 그 유명한 여왕 머리 바위가 있어 인기가 높은 곳이다. 제1구역의 공주 머리 바위를 능가하여 여왕 머리 앞으로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늘였다. 족히 1~2시간은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올 것 같건만 양보나 포기할 마음은 추호도 없어 꿋꿋하게 뿌리를 내린 듯 섰다.

여왕 머리 바위는 그 생김새가 옆에서 볼 때 고대 이집트 네페르티티 여왕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애칭이다. 고대 지각이 융기하는 과정에서 해수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지면에서 가장 높은 여왕의 머리 끝부분까지는 약 8m이며, 타이완 북부 지각의 평균 융기 속도가 연간 2~4mm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여왕 머리 바위의 연령은 대략 약 4,000년 이내로 추정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목 부분이 점점 가늘어져 현재 목둘레는 158cm에 불과하며 지름 약 50cm 정도로 머잖은 훗날에는 부러질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이다.

제1구역 안에 있는 공주 머리 바위. 이원선 기자
제1구역 안에 있는 공주 머리 바위. 이원선 기자

제3구역은 해식평대며, 제2구역보다는 좁다. 해식평대의 한쪽은 절벽이며, 다른 쪽 아래에는 파도가 용솟음치고 있다. 수많은 괴석(怪石)이 산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중에 비교적 특이한 24효 바위, 구슬 바위, 바다의 새 바위 등이 있다. 기암괴석의 자연경관을 보존하고 있으며, 동시에 예류 지질 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 보호 구역이다.

보통은 1구역과 2구역을 둘러보는 것으로 관광을 마친다. 따라서 일행도 1구역과 2구역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근 공원에 마련된 공주 머리와 여왕 머리의 모형을 둘러보았다. 많은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임시 조치로 만들어 놓았단다. 본래를 대신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 추억을 담아가란 배려란다.

대만은 (臺灣) 타이페이 또는 중화민국(中華民國)으로 동아시아에 위치한 타이완섬과 푸젠성 진마 지구를 통치하는 공화국이다. 언어는 중국어, 면적은 약 3만5천㎢ 로 한반도의 0.163배, 남한의 1/3정도다, 인구는 약 2,392만 명으로 세계 57위, 우리나라보다 인구밀도가 높다. 통화는 신 타이완 달러 TWD를 사용하며 우리나라 원화에 약 45배 정도다. 전 국토의 70%가 산지로 최고봉은 옥산(해발 3,952m)으로 3,000m 이상급의 산이 200여 넘게 산재해 있다.

인구 분포는 본래의 원주민,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의 식민 시대와 명·청 시대를 거쳐 들어온 본토의 중국인{민주진보당(민진당)}과 시안 사건 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중국공산당 마오쩌둥(모택동) 세력에게 중국 대륙을 빼앗기고 함께 들어온 장제스(장개석)와 중국 본토인(대만 국민당)이 삼각관계를 이루어 살고 있다. 따라서 민진당은 중국 본토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집권 시 관광객을 허용하는 등 본토인이 들어 올 수 있다. 반대로 국민당이 집권 시에는 문호를 닫아 본토인이 허락 없이 들어 올 수 없다. 현재는 국민당이 집권이라 본토인을 접하기가 쉽지 않아 대체로 관광하기 쉽다. 따라서 관광객 대부분이 한국인 또는 일본인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내년이면 상황이 급변할 것이다. 이는 내년 1월, 대만은 총통 선거가 예정되어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 본토에 우호적인 여당이자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이 국민당 및 무소속 후보에 앞서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통 선거를 기점으로 대만의 관광지는 중국 본토인 포함하여 한층 분빌 것으로 예상이다.

기후는 습하고 무더웠다. 하루 평균 1차례 이상 비가 온다는 지역치고는 여행 내내 맑아서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한여름에 달하는 더위가 날을 세워 이방인들의 심신을 지치게 했다.

입장료는 대만 달라 120원(한화로 약 5,000원 정도)이다. 따라서 물가는 우리나라와 대동소이 비슷하다. 택시비는 기본요금이 대만 달라 85원(약 3,800원)으로 대동소이하나 주행요금 병산에서 조금 비싼 듯 보였다.

어느 때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만 예류를 방송하고 있었다. 당시 여왕 머리 바위를 보고는 그 신기함에 눈을 번쩍 뜬 기억이 있다. 내 생애에 저곳을 직접 볼 수 있을 거나? 마음속에 버킷리스트로 담아 이제나저제나 호시탐탐 노려오던 참이다.

별다른 준비 없이 급하게 떠난 해외여행이건만 마음속으로는 날개를 달아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할지라도 제 눈에 안경처럼,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곳만큼 설레지는 못할 것이다. 더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산, 양산이 없어도 좋았다. 꿈에 그리던 곳을 볼 수 있다는 기분에, 땀을 비 오듯 흘려가며 뙤약볕 속을 누빈 기억이 인생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오롯이 장식했다는 뿌듯함에, 그만 일에 감동이라니 등의 핀잔, 사소함은 이미 관심 밖으로 대수롭지가 않은 관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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