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축제, 꽃 여행] 봄의 절정, 경주
[봄 축제, 꽃 여행] 봄의 절정, 경주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3.04.1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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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왕벚꽃 아래에서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진가들이 최고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한창이다.
불국사 왕벚꽃 아래에서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진가들이 최고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한창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랜 역사문화도시를 꼽으라면 경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신라 천 년의 역사가 응축된 도시로 경주 전체를 노천 박물관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경주의 역사문화를 대표하는 대릉원과 첨성대, 동궁과 월지, 아울러 요즘 젊은 층의 명소로 꼽히는 황리단길, 보문단지와 불국사 왕벚꽃 군락지는 봄날의 아름다운 꽃길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경주 시내를 벗어나면 관광단지로 이름난 드넓은 보문호가 펼쳐지는데 국내 최고의 벚꽃 명소 중 한 곳으로 인기가 높으며, 건천읍에 위치한 박목월 생가도 모란이 아름다워 봄날에 가볼만한 곳이다.

현재의 삶과 과거의 삶이 교차하는 대릉원은 해외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곳처럼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무덤들이 즐비한 곳은 찾기 어렵다. 12만6천5백㎡의 넓은 땅에 23기의 신라시대 고분이 모여 있는 대릉원을 중심으로 그 일대에 고분 유적이 산재해 있다. 대릉원 내부만 꼼꼼히 둘러보아도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 주목해서 보아야 할 고분은 제13대 미추왕릉과 거대한 표형분(쌍분)이 눈길을 사로잡는 황남대총, 고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대총이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조성되어 담장이 있지만, 1970년대 이전에는 담장도 없었다. 신라시대의 유명한 무덤으로 실제 23기의 무덤이 남아 있는 이곳은 능 하나하나가 너무 커서, 마치 제주의 오름처럼 부드러운 능선이 정겨운 언덕처럼 다가온다. 현재는 복원된 모습의 천마총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데, 내부의 유리전시관 안에는 실제 섞은 목관을 그대로 둔 채 덧널만을 복원한 상태이다. 경주 여행의 하이라이트, 대릉원은 고분과 고분 사이에 있는 목련나무 한 그루가 봄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인기 있는 포토존답게 종일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대릉원, 고분과 고분 사이를 잇는 목련 나무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대릉원, 고분과 고분 사이를 잇는 목련 나무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또한 젊은 층의 경주 여행을 증가시킨 황리단길은 최근 젊은 세대들의 관광객이 부쩍 늘어났다. 그들이 경주를 여행할 때 꼭 탐방지로 넣는 곳이 황리단길이다. 아니 황리단길이 있어서 젊은 층의 경주여행이 더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황리단길은 요즘 경주여행의 핫플레이스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곳은 대부분 오래된 옛 건물을 활용한 상가들이기에 휠체어가 문턱을 넘어갈 수 없는 업소들도 있다. 경주의 새로운 각광받는 골목이기에 찾아가 젊은이들의 활기를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달이 머무는 호수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신라의 정원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궁과 월지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다양한 연회를 벌일 수 있는 화려한 궁궐과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는데, 이곳 동궁과 월지가 그때 만들어졌다. 1천3백여 년 내력의 신라 정원의 풍류를 즐기며, 꽃길을 따라 걸으면 연못에 비친 그림자 또한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곳으로 명성이 높다.

동궁과 월지는 밤이 더 아름답다.
동궁과 월지는 밤이 더 아름답다.

벚꽃이 전국을 연분홍빛 설렘으로 물들이는 4월의 경주는 여느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 벚꽃은 여느 도시에나 있지만, 보통은 특정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피어 있는데, 경주는 도시 곳곳이 벚꽃 천지이다. 3월말에서 4월 중순 사이에 차를 타고 경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 벚꽃이 시야에 없을 때가 드물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곳이 보문호와 불국사 왕벚꽃 군락지이다. 보문호는 1970년대 경주의 관광개발을 위하여 조성된 인공호수로 주변에 호텔, 국제회의장, 놀이시설, 전시관 등 각종 관광 관련 시설이 들어서 보문관광단지가 형성되었다. 더불어 불국사 인근 왕벚꽃 군락지는 4월 중순 절정을 이룬다. 불국사 관광안내소가 있는 제2주차장에서 불국사 방향 언덕으로 올라가면 겹벚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꽃잎이 여러 개라 겹벚꽃이라 불리며, 왕벚꽃이라고도 한다.

여행길에서 문학관을 한 곳 찾아보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4월 모란꽃이 활짝 핀 청록파 시인 박목월 생가가 경주 건천에 자리 잡고 있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의 대표주자인 박목월 선생은 경주 건천읍 모량리에서 태어났다. 20대의 대부분을 경주에서 보내면서 문학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사월’ 시의 배경이 된 박목월 생가는 지난 2014년 모량리 집터에 복원되었으며, 시낭송장을 비롯해 안채와 사랑채, 디딜방아 등이 생가를 구성하고 있다.

경주의 음식은 뭐니 해도 쌈밥이 대세이다. 여러 쌈 채소에 고기류와 쌈장을 더해 쌈을 싸 먹는 쌈밥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이나 있는 음식이지만, 특히 경주는 쌈밥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예전 경주 시내에는 채소밭이 많았다고 하니, 직접 기른 채소로 음식상에 쌈을 내는 식당들이 많아져 쌈밥집이 줄줄이 생겨났으리라 추측해 본다. 별채반 교동쌈밥은 대릉원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한우, 오리 돼지고기 중 선택한 주메뉴와 함께 한상차림을 내는 집이다. 출입문은 단차를 없애 휠체어 진출입이 수월하며, 장애인 주차구역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