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축제, 꽃 여행] 봄길 따라 꽃길 따라
[봄 축제, 꽃 여행] 봄길 따라 꽃길 따라
  • 우남희 기자
  • 승인 2023.04.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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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따라 대구 바로 알 길 따라

봄!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렌다. 추위가 물러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꽃소식이 전해져온다. 산들산들 봄바람에 몸을 싣고 산으로 들로 가도 좋은 계절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봄다운 봄을 누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봄의 향연에 마음껏 취해도 좋으리라.

봄의 전령사 매화에 이어 산수유, 목련, 개나리가 피고 지더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낮은 물론이거니와 밤에도 상춘객들을 불러낸다.

벚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는 낙엽활엽수로 10-20m의 높이를 자랑하며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은 벚꽃 중에서도 꽃이 크고 개화 수량이 많은 왕벚나무가 주를 이룬다.

이 왕벚나무는 한때 일본의 국화(國花)라 하여 베어지는 수난을 당하였지만 일본은 공식적으로 국화(國花)가 없다. 다만 해상자위대 계급장이나 국회 휘장에 벚꽃을 쓰고 있다고 한다.

대구대교구청 내 에밀타케 왕벚나무.  중구청 제공
대구대교구청 내 에밀타케 왕벚나무. 중구청 제공

왕벚나무는 프랑스 선교사인 에밀타케 신부가 한라산에서 발견하여 학계에 알린 것으로 우리나라 제주도가 자생지다. 수가 적어 희귀종으로서 생물학적 가치가 높고 식물 지리학적으로도 연구가치가 있는 나무다.

대구 중구 남산동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내에 ‘에밀타케 왕벚나무’가 두어 그루 있다. 1920년대 신학대학에 근무할 때 교구청 내 안익사 옆에 이 나무를 심었다. 1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타케 신부의 뜻을 기리기라도 하듯 눈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을 환하게 반긴다.

도심에 있는 벚꽃 길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 이월드와 두류공원이다. 공원은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사계절 시민들이 찾는 곳으로 도심철도 1호선 성당못역과 2호선 두류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길은 모든 길로 이어지듯, 벚꽃 또한 7호 광장에서 이월드, 야외음악당, 성당못으로 이어진다. 이 길을 걸으며 우리의 삶도 꽃길이 되었으면 한다.

두류공원 벚꽃.   달서구청 제공
두류공원 벚꽃. 달서구청 제공

인근에는 두류도서관과 문화예술회관이 있다. 꽃에 취하고 문화예술의 향기에 아름답게 취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양기찻길 주변의 벚꽃 길도 가볼만하다.

도심철도 1호선 아양역에서 하차해 조금만 걸으면 금호강변 따라 끝없이 이어진 벚꽃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금호강에는 신암동과 지저동을 연결하는 대구선 아양철교가 있었다. 대구선 도심 구간이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아양철교가 낡아 철거하자는 민원이 많았지만 관광자원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 리모델링해 아양기찻길로 재탄생되었다. 이곳에는 영상다리박물관과 휴게실이 조성되어 있고 강위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인근에는 동촌 해맞이공원, 대구읍성의 정문이었던 영남제일관이 있는 망우공원, 국립묘지로 승격된 국립신암선열공원이 있다. 그밖에도 단산지 주변과 불로고분군의 금계국, 반야월의 연꽃단지도 유명하다.

팔공산 벚꽃 길.   동구청 제공
팔공산 벚꽃 길. 동구청 제공

‘꽃보라동산’은 도청교와 경대교 사이에 있는 공원이다. 북구 8경 중 2경으로 벚꽃 아래에서 사랑을 고백하라고 종용하는 길이 있다. 한 때, 산업화와 현대화로 오염된 신천이었지만 시민들의 손길에 의해 깨끗해지면서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다양한 종류의 조류, 어류들이 산다.

동구 단산지에 핀 금계국.   동구청 제공
동구 단산지에 핀 금계국. 동구청 제공

인근에는 동인커뮤니티센터가 있다. 꽃보라 동산이 신천 동로 쪽에 있다면 동인커뮤니티센터는 신천대로의 신천교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센터는 동인·삼덕지구 생태문화 골목길 사업으로 건립되었는데 영상으로 아름다운 신천의 사계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일제강점기 삼덕초등학교 교장 관사로 쓰였지만 지금은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진 등록문화재 삼덕마루에 들러 책 한 줄 읽어도 좋고, 콧노래를 부르며 방천시장의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서 가왕(歌王)을 만나도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꽃피는 계절, 4월이 아닌가.

옥포읍 송해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벚꽃 길도 대구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송해공원 길목 옥포읍 기세리.  달성군 제공
송해공원 길목 옥포읍 기세리. 달성군 제공

이 길은 1963년 옥포양조장을 운영하던 채상기씨가 진해를 다녀온 뒤 벚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사비를 들여 조성했는데 2010년 ‘대구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길 외에 경찰특공대 신청사에서 송해공원으로 가는 길과 기세천변까지 벚꽃길이 조성되어 해마다 이곳은 꽃바다를 이룬다.

인근에는 송해공원과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천년 고찰 용연사, 이팝나무 군락지로 ‘우리 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선정된 교항리 세청숲, 사문진 주막촌, 남평문씨세거지, 마비정 벽화마을 등이 있다.

유가읍 한정리의 벚꽃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정리는 대구와 창녕의 경계지점으로 3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가로수로 심어져 오고가는 길손들을 맞고 보낸다.

인근에는 달성과 창녕의 경계지점에 있는 저수지로 둘레길이 조성된 달창 저수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망우당 곽재우 선생을 배향하고 있는 예연서원을 둘러볼 수 있다.

비슬산 참꽃군락지.  달성군 제공
비슬산 참꽃군락지. 달성군 제공

벚꽃의 배턴을 이어받는 꽃으로 참꽃을 들 수 있다. 비슬산 정상 30만평에 달하는 군락지에 꽃불이 지펴지면 전국의 등산객들이 앞을 다투어 이곳으로 모여든다. 참꽃은 춘화(春花)의 대명사로 달성군의 군화(郡花)다. 올해 달성군에서는 그동안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참꽃문화재를 4월 15~16일 양일간 개최한다.

인근에는 천년고찰 대견사가 있다. 대견사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기(氣)를 누른다고 하여 강제 폐사된 절이지만 달성 개청 100주년을 맞아 중창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그 외에도 자연휴양림, 천년고찰 유가사. 유치곤장군 호국기념관 등이 있다.

봄을 노래하는 꽃으로 화중왕(花中王)으로 불리는 모란을 빠뜨릴 수 없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동서원 모란.  우남희 기자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동서원 모란. 우남희 기자

우리가 사는 대구에서 가장 많은 모란을 볼 수 있는 곳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동서원이 아닐까 싶다. 수월루 문을 열면 맛보기로 일곱 여덟 그루의 모란이 수인사를 하지만 중정당 강당 뒤 화계(花階)에는 더 많은 꽃들이 옛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핀다.

수성못 전경.  수성구청 제공
수성못 전경. 수성구청 제공
앞산공원.  남구청 제공
앞산공원. 남구청 제공

소개한 곳만이 아니라 월곡역사박물관 내의 겹벚꽃, 팔공산, 수성못 등등, 일일이 다 소개하기엔 지면이 부족하지만 가볼만한 곳이 많다. 마스크가 해제되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니 발품만 팔면 멀리 가지 않고도 봄을 즐길 수 있다.

봄길 따라, 꽃길 따라, 자~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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