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축제, 꽃 여행] 봄꽃 마중
[봄 축제, 꽃 여행] 봄꽃 마중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3.04.1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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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따라 다른 몸짓으로 피어나 메세지를 전한다

계절을 알리는 몸짓으로 보여주는 것이 꽃이다. 봄은 보여준다고 봄이라 한다. 봄꽃을 보여주므로 봄이 왔음을 인간에게 알린다.

김춘수 시인은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므로 비로소 꽃이 되었다 했다.

봄꽃으로는 동백꽃, 생강나무꽃, 산수유꽃, 매화,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 자두나무꽃, 복사꽃, 앵두나무꽃, 목련 등이 있다. 봄의 풀꽃으로는 보춘화, 복수초, 얼레지,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나도바람꽃, 앉은부채, 노루귀, 할미꽃, 제비꽃, 봄맞이꽃, 냉이, 꽃다지와 처녀치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이 있다.

세시풍속이 해마다 반복되듯이 식물도 봄이 되면 새로운 삶의 시작을 반복한다.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이 복수초다. 눈 속에서도 고개를 내밀고 존재감을 나타낸다. 긴 죽음과 같은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미는 노란 복수초를 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작은 복수초 한 송이가 마음 설레게 하고, 느슨해진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언 땅을 뚫고 올라온 복수초. 황영목 사진가 제공
언 땅을 뚫고 올라온 복수초. 황영목 사진가 제공

복수초(福壽草)는 한자로 ‘복 복(福)’, ‘목숨 수(壽)’와, ‘풀 초(草)’ 자로서, 복 많이 받고 오래 사는 것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풀이다. 지방에 따라 땅 위에 꽃만 올라온 꽃이라 하여 땅 꽃, 이른 봄, 얼음 사이에서 피어나 ‘얼음새꽃’ 또는 ‘눈색이꽃’, 또는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 하여 ‘설연(雪蓮)’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영원한 행복’ 또는 ‘슬픈 추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퇴계가 사랑한 매화. 황영목 사진가 제공
퇴계가 사랑한 매화. 황영목 사진가 제공

매화도 단연 봄을 알리는 전령사에 빠질 수 없다.

매화는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고절한 선비의 풍모를 닮아서 사군자에 으뜸으로 올려둔다. 맑고 깨끗한 향기가 그윽해 청렴하고 세속을 초월한 절개가 있는 지조 높은 선비의 기풍을 상징한다. 그래서 병풍이나 도자기의 그림과 시의 소재가 되었다. 매화는 양기(陽氣)를 상징하는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서 귀하게 여겨왔다. 매화의 꽃받침조각은 5개로서 둥근형이며 붉고, 꽃잎은 5장이며 끝이 둥글고 수술이 많다. 열매는 핵과이며 노란색으로 익고 짧은 털로 덮여 있다. 흰색 꽃이 피는 흰매와, 꽃잎이 많고 흰 꽃인 만 첩 흰매와, 붉은 꽃잎이 많은 만 첩 홍매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퇴계 이황이 단양 군수로 있을 때 이야기이다. 퇴계 선생을 짝사랑하는 기생이 있었다.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기생은 이방에게 퇴계 선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었다. 이방은 퇴계 선생은 매화를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 기생은 끼고 있는 옥 반지를 빼서 종에게 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화나무를 구해오라고 했다. 기생의 마음을 안 퇴계는 땅에 심는 나무야 못 받을 것 없다고 하며 매화나무를 단양군청에 심어 두고 보았다. 도산으로 돌아오는 날, 퇴계는 매화나무 싹 하나를 떼어 와서 서당 앞에 심었다. 도산서원에는 퇴계가 사랑한 매화나무가 만발한데, 그 매화가 지금까지 이르렀다고 설화는 전한다.

김소월의 시로 잘 알려진 진달래꽃. 황영목 사진가 제공
김소월의 시로 잘 알려진 진달래꽃. 황영목 사진가 제공

경칩(驚蟄)과 춘분(春分)쯤에 피는 진달래꽃이 핀다.

진달래는 참꽃 또는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한다. 진달래는 단맛이 있어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고 하는 데 비해, 철쭉은 먹지 못한다고 하여 ‘개꽃’이라고 하며, 꽃 색이 연분홍이며 진달래가 피고 난 다음에 연달아서 핀다고 하여 철쭉꽃이라고도 한다. 진달래의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꽃잎은 5장이며,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연한 붉은색이고 겉에 털이 있다.

김소월의 영변 약산 진달래 노래는 온 국민이 애송하는 詩가 되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인 선운사의 동백꽃. 황영목 사진가 제공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인 선운사의 동백꽃. 황영목 사진가 제공

입춘(立春)부터 우수(雨水)쯤에 볼 수 있는 꽃으로는 동백꽃이 있다. 동백나무(冬栢) 는 제주도, 경상남도, 전라도, 충청남도 그리고 백령도와 대청도를 비롯한 남서해안에 분포하는 상록성 소교목이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동백꽃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우내 봉오리로 있다가 겨울 끝에 꽃을 피워낸다. 동백을 소재로 노래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 선운사 동백은 미당의 싯구로 더욱 유명해 방문객이 줄을 선다. 詩 한 줄이 名所를 만든 셈이다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섣달 그믐날 이 나무에서 당산제(堂山祭)를 지낸다. 예부터 남쪽 바닷가 사람들은 신랑·신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굳은 언약을 맺기 위한 징표로 동백나무 가지를 혼례상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봄날의 진객 벚꽃. 황영목 사진가 제공
봄날의 진객 벚꽃. 황영목 사진가 제공

봄날 하면 떠오르는 진객이 벚꽃이다. 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벙글기 시작하면 일순 화들짝 쌀 튀밥 틔우듯 몽글몽글 피워낸다. 화려함의 극치는 뭐니 뭐니 해도 벚꽃이다. 벚꽃이 건달처럼 '짠'하고 나타날 때 이즈음 날씨는 변화가 심하여 곧 꽃샘바람을 동반한 비바람이 흩뿌려 환하던 벚꽃이 제 발아래로 난 분분 꽃잎을 떨어뜨린다. 벚꽃은 오자마자 떠날 채비를 하니 ‘건달꽃’일시 분명하다. 시인들은 가는 봄이 안타까워 봄날은 간다며 아쉬워해 시구(詩句)에 자주 등장하는 꽃이다. 그중 일본의 국화로 알려진 왕벚나무는 그 기원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제주도 남제주군 신예리 왕벚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156), 제주시 봉개동의 왕벚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159), 전남 대둔산 왕벚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173)의 분자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이 기원지임이 밝혀졌다. 벚나무는 종에 따라 꽃이 잎보다 먼저 피거나 꽃과 잎이 동시에 피며 꽃잎은 분홍 또는 흰색이다. 벚나무의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여 국궁(國弓)과 고려팔만대장경(高麗八萬大藏經) 경판의 재목으로 이용되었으니 기품 있는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