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축제, 꽃 여행] 봄철 면역력 높이는 음식
[봄 축제, 꽃 여행] 봄철 면역력 높이는 음식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3.04.11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울고 꽃 피거든 거기에 자연의 본성이 깃들여있음을 알라. ‘채근담’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세상 만물은 인연으로 잠시 어울려 있을 뿐이다. 머리카락 빠지고 이가 성겨진다고 흘러가는 세월을 한탄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잘 먹고, 잘 지내고, 잘 자야 한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므로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말씀은 만고의 진리이다.

모진 한파를 견디고 새싹이 돋는다. 봄은 따뜻한 양기로 향하지만, 대지는 아직 음기를 품고 있다. 새는 울고 꽃은 앞다투어 피어나나 영동할매는 매섭게 바람을 몰고 온다. 그러나 자연의 본성은 거스를 수 없어 인간 역시 봄기운에 몸이 근질거리는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양의 기운을 따라가자니 춘곤증과 식곤증으로 노곤해지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제철을 맞은 원추리, 방풍나물, 부추가 흙을 뚫고 몸집을 키웠다.
제철을 맞은 원추리, 방풍나물, 부추가 흙을 뚫고 몸집을 키웠다.

이럴 때는 비타민을 보급해야 한다. 무거운 흙덩이를 뚫고 솟아나는 여린 싹의 위대함은 기특하게도 우리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잠시 바구니 들고 나갔더니 봄볕 아래 뾰족뾰족 몸을 키우는 원추리와 혈액순환에 좋다는 쑥이 쑥쑥 자라있다. 풍(風)과 풍한(風寒)을 예방해주는 방풍나물은 지금이 가장 적기이다. 데쳐서 무치거나 장아찌를 담가도 된다. 간에 좋고 혈액순환에 좋은 부추 역시 제법 손바닥 반 크기만큼 몸집을 키웠다. 덤불 아래에서 키를 키우는 달래도 봄나물의 대표 격이다. 달래의 비타민과 무기질, 알리신 성분은 춘곤증에 특히 효과를 보인다. 이것만 염두에 두자. 전을 부치고,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지마는 일단 불을 가하면 비타민이 파괴되니 무침이나 양념장을 만들어 먹는 것도 팁일 것이다.

해물과 고기를 보태어 전골을 끓인다.
해물과 고기를 보태어 전골을 끓인다.

봄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피로뿐만 아니라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출몰시킨다. 봄나들이 꽃구경 갈라치면 목이 따갑고 마른기침이 나며 기력도 떨어진다. 좋은 음식과 약은 같은 효능을 낸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음식으로 고치지 못할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도라지와 더덕과 오미자 등은 외부 요인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준다. 더덕의 영양가를 말해 무엇하리. 기침과 천식에 효능을 보이고 피로 해소에도 좋다. 폐 기능을 돕는 배, 간 기능을 활성화하며 해독작용을 하는 비트 역시 봄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이다. 미리미리 면역력 키우는 음식을 먹어야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다.

아직은 노지(露地)에서 나는 두릅이나 엄나물은 이른 시기이다. 지난가을에 보관해둔 배추를 끄집어낸다. 배추는 익혀도 비타민 손실이 적다. 국이나 전골에 많이 사용하는 이유이다. 배추는 육류와 같이 먹으면 소화를 돕고 환절기 면역력에도 효과를 보인다. 냉동실에 있는 해물과 고기를 보태어 전골을 끓인다. 배추 듬뿍 넣은 후, 손질하고 남은 자투리 더덕이며, 이 봄의 마지막 나물일 듯한 냉이도 넣는다. 냉이꽃은 맵지만, 살균 효과가 있다니 봄날이 무르익을 때 꽃밥 만드는 데 사용해 보자. 전골에 가락국수 사리를 넣었더니 한 끼 식사로 거뜬하다. 가락국수가 없다면 라면보다는 국수를 넣어도 될 것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에는 라면이 어울리지 않는다.

배와 더덕, 비트로 만든 샐러드가 입맛을 돋운다.
배와 더덕, 비트로 만든 샐러드가 입맛을 돋운다.

배와 더덕과 비트는 손질해서 샐러드 만들었다. 가늘게 채를 쳐도 색다르겠으나 배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조금 납작하게 썰었다. 양념에 버무려도 되겠으나 올리브유를 넣은 오리엔탈 소스를 곁들여 먹기 직전에 부어주면 된다. 자투리 채소를 소스에 다져 넣고, 견과류 대신 양파 칩을 뿌렸더니 바삭바삭 씹히는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환절기일수록 풍한사(風寒邪)가 몸에 침투한다. 음식을 잘 먹기보다는, 이제는 몸에 이로운 음식을 선택해서 먹어야 한다. 가급적 면역력 높이는 식재료, 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를 사용하면 건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새는 울고 꽃은 앞다투어 피어난다. 머리카락 빠지고 이가 성겨진다고 한탄만 할 일인가. 가발이 싫으면 모자 쓰면 될 일이다. 요즘 임플란트나 틀니는 견고하기가 톱날 같다. 바야흐로 봄은 왁자하게 익어간다. 꽃구경하기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