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당랑포선(螳螂捕蟬)
약육강식의 당랑포선(螳螂捕蟬)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2.08.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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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이파리와 어둠이 버무려져 매미가 우는 곳을 쉬이 찾을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움직이는 수레바퀴에 대항한다 하여 '당랑거철'이란 사자성어가 생겼을까?
사마귀에게 잡혀 먹히는 말매미. 이원선 기자
사마귀에게 잡혀 먹히는 말매미. 이원선 기자

아침 8시를 향해가는 시간, 어둠이 채가시지 않은 팽나무의 짙은 녹음 사이에서 매미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매미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거나 날아와 앉을 때 가끔 외마디로 울부짖는 습성이 있기에 그 한 행동으로 여겼다. 한데 매미의 울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팽나무이파리와 어둠이 버무려져 매미가 우는 곳을 쉬이 찾을 수가 없다. 매미의 우는 소리만큼 애가 타서 두리번거리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행색을 살펴

“망원렌즈 줌으로 당겨가며 찾아보세요!”하고 조언을 하더니 같이 기웃거린다. 그 와중에도 매미는 자지러지게 울었지만 위치를 찾기는 오리무중이다. 한참을 끈질기게 우거진 나무이파리 속을 살피는데 어느 한 부분에서 나뭇잎이 가늘게 흔들린다. 자세히 살펴보니 매미의 형태가 들어나고 녹색의 대나무줄기 같은 작대기가 언뜻 눈에 들어온다. 직감적으로 사마귀의 공격에 매미가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미가 끝난 암매미가 나무에다 알을 낳으면 알은 1~2개월 후에 부화한다. 부화한 유충은 곧장 나무에서 떨어져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후 유충은 2~10년간 나무의 뿌리 등 땅속에서 생활하다가 땅 위로 올라와 나무등걸이나 나뭇가지 등에서 성충인 매미로 변신을 꾀한 뒤 2~3주간 생활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일찍이 매미를 두고 진(晉)나라의 육운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머리 위에 관(冠)이 있으니 문(文)이 있고, 바람을 마시고 이슬만 먹고 사니 청(淸)이 있으며, 일생 동안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만 살며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검(儉`검소)하며, 사람이 먹는 곡식을 탐하지 않으니 염(廉`염치)이 있고, 계절에 맞추어 허물을 벗고 어김없이 울며 절도를 지키니 신(信`신의)이 있어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예찬하였다.

바퀴목 사마귀과의 사마귀는 침묵의 암살자다. 소리 없이 다가와서 단번에 먹잇감을 낚아 채는 기술이 탁월하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서식하는 사마귀는 약 7종으로 알려져 있다. 몸 길이는 전체적으로 70~85mm정도며 수컷은 암컷에 비해 몸집이 작다. 살아 있는 곤충을 먹고 사는데, 바이스처럼 생긴 파악기로 먹이를 잡는다. 사마귀에게 한번 걸린 곤충은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다. 이는 사마귀의 앞다리에 옥니모양으로 돋아난 상어이빨처럼 촘촘한 돌기 때문이다. 교미가 끝난 암컷은 수컷까지 먹어치우는 등 눈앞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먹이 감으로 보는 대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사마귀의 은밀하고도 신속 정확한 사냥술을 본 따서 ‘당랑권’이라는 권법을 만들었다. 그런 만큼 사마귀 무모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죽했으면 움직이는 수레바퀴에 대항한다 하여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를 멈추려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빔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사자성어까지 만들어 졌을까?

여름장마가 끝난 지도 한참이 지나 8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연일 흐린 날씨에 비구름이 오락가락이다. 아침 8시면 해가 중천에 떴겠지만 사위는 하늘을 뒤덮은 비구름 때문인지 어둠을 품었다. 어둠이 위장막 역할을 했을까? 억세고 힘이 좋은 말매미가 사마귀의 앞다리에 걸려들어 희생되고 있다. 매미에 관한 일화 중에는 당랑포선(螳螂捕蟬), 즉 ‘버마재비(사마귀)매미 잡듯’이란 속담이 눈앞에서 실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엄연한 자연의 질서이다. 매미의 희생으로 사마귀는 좀 더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할 것이다. 말매미의 숨이 넘어가는 울음소리가 애처롭지만 약육강식의 법칙 앞에 순종, 조용히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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