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농부를 닮은 찔레꽃
[시골 꽃 이야기] 농부를 닮은 찔레꽃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6.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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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하고 진한 향기를 내뿜다

봄인가 싶었는데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시골에서만 있으니 덧없이 세월만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어김없이 이맘때면 산과 들에는 가시덩굴의 짙푸른 잎사귀에 앙증맞은 찔레꽃이 새하얗게 번진다. 찔레꽃은 다른 꽃들과는 다른 상큼한 향기가 난다. 향기 따라 시선을 돌리면 어김없이 찔레꽃이 반긴다. 아카시아 향기도 감미롭지만 찔레꽃 향기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마치 혼을 빼앗듯이 진하고 깊이가 있어 사람을 황홀하게 만든다. 천리향이나 라일락 향기도 좋지만 찔레꽃향기만큼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새하얀 모습으로 다가온 찔레꽃. 장성희 기자
새하얀 모습으로 다가온 찔레꽃. 장성희 기자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오며 도랑가에서 찔레순대를 꺾어먹던 기억이 있어 볼 때마다 반가운 꽃이다. 순한 대를 톡 끊어서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아삭아삭 먹을 만 했다. 그만큼 추억의 꽃이다.

밭가에 무단 침입한 찔레나무. 장성희 기자
밭가에 무단 침입한 찔레나무. 장성희 기자

어느 해인가 장독대 앞 밭가에 찔레나무 새싹이 무단침입을 했다. 아늑하다고 그곳에 터를 잡았는데 뽑아버리기가 안 돼 보여 그냥 두었더니 무성하게 자라서 꽃을 피운다. 요즘 아침 일찍 밭에 나가면 향기를 내뿜으며 잠시 보고 가라고 부른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눈인사를 건네고 나서야 풀을 뽑는다.

찔레꽃을 흔히 들장미라고 부르는데, 아무리 예쁘게 피어 있어도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그 어느 꽃보다 우리 농부를 닮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비바람이 불어도 뙤약볕이 내리쬐어도 산과 들을 가리지 않고 어느 곳이든지 잘 자란다. 그리고 때가 되면 순백의 꽃을 피워놓는다. 아무리 큰 폭풍우가 와도 끄덕하지 않고 청순한 아름다움과 진한 향기를 잃지 않는 찔레꽃은 언제나 순수한 농부를 닮은 꽃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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