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이팝나무꽃 피는 계절에
[시골 꽃 이야기] 이팝나무꽃 피는 계절에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5.2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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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에 하얀 눈이 내린 듯한 이팝나무

면소재지로 나가는 합덕리 길가에는 제법 크게 자라서 위용을 자랑하는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줄지어 서 있다. 해마다 지나다니지만 올해만큼 꽃이 풍성하게 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큰 나무가 마치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듯 하얀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하얀 쌀밥의 밥알처럼 생긴 자디잔 꽃잎이 모여 한 송이의 꽃을 이루고 그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다발이 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하나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수백 수천의 꽃송이가 모인 것이다.

하얀 쌀밥을 닮은 이팝나무꽃, 장성희 기자
하얀 쌀밥을 닮은 이팝나무꽃. 장성희 기자

옛날에 하얀 쌀밥을 닮았다 하여 '이팝나무'라고 하였다는데 누군지 잘 지은 이름 같다. 이팝은 이밥 즉 입쌀로 지은 쌀밥을 뜻하니까.

1970년대 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하얀 쌀밥에 고깃국을 맘껏 먹어 보는 것이 꿈이자 희망이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 그래서 조상님들의 제사가 있는 날이면 졸린 눈을 비비며 자정을 기다렸다가 제삿밥을 얻어먹었다. 제삿밥은 하얀 쌀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먹었던 제삿밥은 살아오면서 먹었던 어느 진수성찬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풍성하게 피어난 이팝나무꽃. 장성희 기자
풍성하게 피어난 이팝나무꽃. 장성희 기자

포항 시내에 살 때에는 매년 이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때가 되면 군락지인 흥해향교에 구경을 가기도 하였는데 모두 까마득한 추억이 되었다. 오랜만에 가로수에서 탐스럽게 핀 이팝나무꽃을 보니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가로수로 줄지어 선 이팝나무. 장성희 기자
가로수로 줄지어 선 이팝나무. 장성희 기자

옛날 어른들은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한 해 벼농사의 풍흉을 짐작했다고 한다. 요즘은 날씨가 가물어 농부들의 시름이 깊다. 죽장은 대부분 밭농사를 하지만 풍성한 이팝나무꽃의 기운을 받아 풍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이팝나무꽃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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