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상사화 필 때
[시골 꽃 이야기] 상사화 필 때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3.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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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품은 꽃

무더위 속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기승을 부리던 땡볕이 주춤하는 때에 장독대 주위를 둘러보니 상사화가 무리 지어 피어 있다. 화초가 많지 않던 귀농 초창기부터 오가향을 빛내주고 있는 꽃이다. 자갈밭에다 꽃밭을  일구고 상사화 구근을 많이도 심었다.

상사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상사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예전 선운사에 여행갔을 때 사찰 전체가 붉은 상사화로 덮여 있었는데 무척 보기가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꽃무릇, 석산으로 불리는 다른 꽃이었다. 오가향에는 분홍빛 상사화가 핀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아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고 해서 상사화라고  한다. 그래서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상사화에는 가슴 아픈 전설이 있다. 옛날,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백일기도를 하러 절에 온 처녀를 사모한 젊은 스님이 있었다. 그 스님은 처녀가 백일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그 후 무덤 주위에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상사화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절 주변에 상사화가 유독  많이 있는 것 같다.

활짝 웃고 있는 상사화. 장성희 기자
활짝 웃고 있는 상사화. 장성희 기자

사춘기 시절에 이성을 마음 속으로 사랑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서로 사랑을 해 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짝사랑을 해도 내 마음을 전달해 본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기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애를 태운 이는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짝사랑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이루어진 사랑은  끝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가끔 깨어지기도 한다. 짝사랑은 죽을 때까지 사랑한 이의  좋은 모습만을 기억하며 살아가기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은 없을 것 같다.
흔들리는 바람결에 미끈하게 뻗은 상사화 줄기가 춤을 춘다. 연분홍 꽃송이는 수줍은 향기로 내 마음을 흔든다. 사춘기 시절의 애틋한 기분으로 잠시 돌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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