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무늬붓꽃을 우연하게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붓꽃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보랏빛이 나는 각시붓꽃이다. 무더기로 피어서 발길을 잡기가 예사다. 그런데 노랑무늬붓꽃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한때이지만 환경부에 의해 멸종위기 야생식물로도 지정된 적이 있다고 하니 그만큼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닌가 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늦은 오후에 인적 드문 산길로 산책을 나섰다가 산기슭의 길모퉁이 나무 밑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눈길을 마주쳤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산의 빛깔은 여린 잎이 돋아나는 시기라 가장 예쁜 연초록빛이다. 거기다가 앙증맞은 봄꽃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산 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산길을 걷다보면 봄나물 철이라 취나물도 많이 있지만 내 눈에는 꽃만 보인다. 나물 캐는 사람에게는 나물만 보이고 꽃 보는 사람에게는 꽃만 보인다더니 맞는 말인가 보다. 둥굴레는 간혹 봉오리를 맺었고, 연분홍빛의 철쭉은 막 피어나고 있다. 그리고 앙증맞게 피어나는 으름덩굴꽃도 있어서 산행이 즐겁기만 하다.
꽃을 살피며 산길을 걷다보니 뜻밖에 보기 힘든 노랑무늬붓꽃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흰 바탕에 금박 같은 노랑 무늬가 예쁘게 박혀 있다. 잎이 넓어서 꽃이 더 작아 보인다. 키도 작아서 아래로 보아야 보이는 꽃이다. 어느 꽃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한 꽃이라고 하니 한 번 더 보게 되고 더 애착이 간다.
꽃말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흰 두루마기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옛 선비의 기품 같은 것이 보인다. 옛날 선비들은 보아주는 이가 없어도 올곧은 행실을 하였다고 한다. 노랑무늬붓꽃도 보아주는 이 아무도 없지만 그저 우거진 산속의 외진 자리를 지키며 정갈하게 피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