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를 느끼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2.04.15 12:2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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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2004 민예원]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시인 소월의 진달래꽃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읽히고 애송하는 시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서정시의 백미라 할 소월 시에는 한의 설움이 운율 따라 흐르듯 전편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진달래꽃이란 시에는 절제된 아픔이 독자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는 것 같다.

소월은 밝고 환한 진달래꽃이 님 가시는 길에 뿌리고 싶은 꽃이었을까. 나를 싫어해서 가는 님이라도 가는 길에 고운 꽃을 뿌려 보내고 싶을 만큼 사랑했던 걸까. 못내 보내고 싶지 않은 님을 보내는 마음이 오죽하랴마는 그 마음 떨쳐 버리고 가시는 님은 발걸음이 제대로 떨어졌을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 말없이 고이 보내겠다는 시인의 말이 너무나 애달파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그토록 사랑하는 님을 아무 말 없이 보내겠다는 것은 어쩌면 죽어도 보내기 싫다는 반어적 표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는 길에 꽃까지 뿌려 주겠다는 마음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으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라면 죽어도 헤어질 수 없노라 떼를 쓰거나 화를 낼 법도 하건만 그저 말없이 보내려 하고 가는 길에 꽃도 뿌려주고 죽어도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처절한 외침이 또 있을까.

조용히 시인의 속내를 들여다보노라면 알뜰히도 못 잊겠다는 그 마음을 스스로 달래면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듯하다. 아마도 시인의 기억 속에 있는 것 중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꽃이 영변에 있는 약산 진달래꽃인가 보다. 그 곱고 아름다운 꽃을 가시는 길에 흩뿌려 놓을 테니 사뿐히 즈려 밟고 가라신다. 죽어도 남자답게 눈물 흘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오히려 안쓰럽게 다가온다.

고운님 그리는 마음만큼이나 시어의 선택도 무척 곱다. 시인의 시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시가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이런 사랑을 꿈꾸고 이런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부디 바라건데 독자들께서도 각자 나름대로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이뤄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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