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만 같아라!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1.09.29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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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전날, 전통시장을 다녀왔다. 이번 명절에는 코로나19 국민지원금이 때맞추어 풀렸다. 그래서인지 명절 준비를 위해 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모처럼 붐비는 것 같았다.

북적북적 가게마다 대목이었다. 식육점, 생선가게, 과일가게는 물론이고, 난전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콩나물 천 원어치를 사면서도 더 달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 원을 내밀면서 조금만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옆 난전엔 상인이 두부를 자르고 있었다. 생두부가 연신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몰려드는 손님으로 밥때를 놓친 모양이었다. '배가 고파도 좋으니 한가위만 같아라'는 그의 말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 마음이 짠해 왔다. 

전통시장의 또 하나의 매력은 소문난 국밥집을 빼놓을 수 없다. 부부가 운영하는 소머리국밥집으로 들어갔다. 경상도 아지매의 구수한 입담이 덤이다. 식당에서 대량으로 끓이는 소머리국은 가정에서는 낼 수 없는 진미가 있다. 슬쩍 조리법을 물어보니 중요한 한 가지 비법은 당신이 식당을 떠날 때까지 자식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했다. 국그릇이 바닥을 드러내자 주인이 과일 접시를 들고 왔다. 국밥집에도 디저트가 있었던가. 조각 사과 하나 얼른 입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손님이 넘칠 때는 자리를 빨리 내어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리라.

떡집에도 불이 났다. 시대의 변천인가.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방앗간을 찾던 아낙네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제수로 만들어 놓은 각양각색의 떡을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가족이 모여 앉아 송편을 빚어 본지가 언제였지?. 뒷동산에서 솔잎따다 찜 솥 안에 나붓하게 깔고, 떡을 쪄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떡집에 송편이 동이 났다. 그중에 한사람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내일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돌아가신 아버님이 송편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듣고 보니 사정이 딱했다. 나는 미리 산 송편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폐 몇 장을 남기고 떡을 낚아채어 갔다. 그녀가 남긴 구겨진 지폐는 원래 떡값보다도 많았다. 떡집에도 프리미엄이 있었던가.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주인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며 마지막 떨이를 기분 좋게 외쳤다.

코로나19로 특히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나 매일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