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23) 삶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거울이다
[원더풀 시니어] (123) 삶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거울이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8.1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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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는 한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갔다. 과거가 끝나고 한양 장터 만물상에서 작은 거울을 하나 샀다. 시골 촌구석에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한 선물이었다. 집에 도착해 김 매러 간 아내가 없는 방 벽에 거울을 걸어 놓았다. 아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벽에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무심결에 거울을 들여다보고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안에는 예쁜 색시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관심 없고 예쁜 여자 하나 데려온 것이었다. 아내는 분하고 원통해 주저앉아 통곡을 한다. 그때 시어머니가 얘기를 듣고 놀라 거울 안을 들여다보았다. 바짝 늙은 할멈이 있는 걸 보고 시어머니는 아들이 한심했다. 첩을 데려 오려면 젊고 예쁜 색시를 데려올 것이지 ......

속이 상한 시어머니도 퍼질러 앉아 울고 있었다. 집안의 통곡 소리에 놀란 시아버지가 헐레벌떡 집안으로 들어섰다. 자초지종을 듣고 시아버지가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거울에 대고 ‘아버님! 안녕하셨습니까?’ 하고 넙죽 절을 하는 것이었다.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이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와 똑 닮았던 모양이다.

우리 인간이 언제부터 거울을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동(銅)으로 만든 동경(銅鏡)이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출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와 함께한 것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가정마다 몇 개의 크고 작은 거울이 방, 거실, 목욕탕 등에 비치되어 있고 특히 여성들에게 손거울은 필수품이 되어서 수시로 얼굴을 비춰보고, 화장을 고치는 모습을 쉽게 본다. 그런데 우리는 겉모습을 비춰주는 거울도 있지만, 속 모습을 비춰주는 마음의 거울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음의 거울은 자기와 함께 있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만나는 모든 사람을 통해서 자기를 비춰주고 있다.

벽에 걸린 거울은 내 얼굴을 비춰주고, 마음의 거울은 일상의 내 모든 행동을 다른 사람을 통해 비춰주어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침에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며 단정한 차림을 확인하고 외출을 하듯이, 하루를 보내고 나서 잠자리에 들기 전 차분한 마음으로 지나간 오늘 하루를 마음의 거울에 비춰보는 것은 어떨까?

얼굴이 마음의 거울이란 말도 있다. 마음이 곧고 심성이 착하면 얼굴도 밝은 표정이 되고, 불평과 짜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어두운 얼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레사 효과’란 말까지 만들어낸 세계인의 성녀 데레사 수녀의 주름살투성이의 얼굴에서 뿜어내는 너무도 편안하면서도 웃음 띤 얼굴이야말로 평생을 남을 위해 봉사한 모습 그대로 우리 모두의 우상이요, 부러움의 대상이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에 대한 평은 잘하면서 정작 자기 모습은 보지 못한다. 거울에 때가 묻으면 얼굴을 제대로 비춰주지 못하는 것처럼 마음의 거울도 깨끗하지 못하면 세상을 바로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결점이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 안에도 똑같은 결점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지금부터라도 마음의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스스로를 닦아가며 살자. 삶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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