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24) '혼자 사는 즐거움'을 배워야 하는데
[원더풀 시니어] (124) '혼자 사는 즐거움'을 배워야 하는데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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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네……”늙는다는 것은 분명 서러운 일이다.

방콕(방안에 콕 처박혀 있는 상태)이란 단어가 은퇴자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늙어도 일이 있으면 그런대로 견딜 만하지만 일거리를 놓고 뒷방 구석으로 쓸쓸하게 밀려나는 현상을 ‘은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뒤집어 보면 처절한 고독과 단절이 그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그들을 화백(화려한 백수), 불백(불쌍한 백수), 마포 불백(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등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화백이든 불백이든 마음 밑바닥의 외로움은 벗어날 수 없다. 화백도 골프가방 메고 나설 때 화려할 뿐이지, 집으로 돌아오면 방콕을 면치 못한다. 어제 진 태양은 오늘 다시 떠오르지만, 은퇴자들은 어제도 갈 곳이 없었고 오늘 역시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주 안강의 자옥산 기슭으로 낙향한 회재 이언적 선생도 독락당을 짓고 인고의 7년 세월을 사무치도록 외로웠기 때문에 담을 헐어낸 자리에 살창을 끼워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세월을 보냈다.

조선 초 학자 권근의 '독락당기'에도 '봄꽃과 가을 달을 보면 즐길만 한 것이지만 꽃과 달이 나와 함께 즐겨주지 않네. 눈 덮인 소나무와 반가운 빗소리도 나와 함께 즐기지 못하니 독락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글과 시도 혼자 보는 것이며 술도 혼자 마시는 것이어서 독락이네'

지인으로부터 카톡으로 받은 떠도는 글인데 공감되는 부분을 간추려 보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만남의 단절로 인한 때 아닌 세상살이의 변화가 벌써 두 달째. 매일 확진자가 4자리 숫자를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몇 번째 되풀이 되고 있는 2주간씩의 3~4단계 거리두기 연장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와의 전쟁과 함께 방콕으로 독락이 일상화 되고 있어 답답함의 끝이 안 보이는 세월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 풍조도 미혼과 이혼의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자녀와의 독립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부모와 자식이 가구를 이루고 사는 가족사회는 막을 내렸다. 그래서 벌써 평균 5가구 중 1가구는 혼자 사는 집이고 독신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가정도 너무 많다.

고령화가 우리보다 더 심각한 일본은 머잖아 독신가구가 40%로 혼자 살다가 죽으면 뒷정리해 주는 ‘사후정리업체’가 있어 장례, 거주지 청소, 유품 정리 대행 등을 해준다고 하니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이다.

인간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존재로, 본래 질병· 이별· 죽음을 혼자 맞도록 되어 있다. 아무리 사이좋은 친구도 금실 좋은 부부도 죽을 때는 혼자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외롭다. 따라서 우리는 혼자되었을 때를 미리 상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당장 내일 신변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항상 주변을 정리해 두자. 그리고 나이들수록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외로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반려 동물, 반려 식물족이 늘어나고 있지만 결국 고독을 이겨내는 것은 오직 자신의 힘일 뿐이다. 타인이 해주길 바라면 안 된다. 푸념은 옆 사람까지 불편하게 할 뿐이다. 우리는 늙음이라는 승산 없는 싸움과 함께 주어진 삶에서 '혼자 사는 즐거움' 독락(獨樂)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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