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22) 오해(誤解) 와 편견(偏見)
[원더풀 시니어] (122) 오해(誤解) 와 편견(偏見)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8.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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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젊은 신부가 과부댁을 드나들고 있었다. 그런지 얼마 안 가서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 아낙네 셋이서 흉을 보았는데, 며칠 뒤에 젊은 과부댁에서 상여가 나오고 그 뒤를 따르는 신부님을 보고서야 환자를 위해 기도를 다닌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낙네들은 자기들의 잘못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견디다 못해 신부님 앞에 나가서 용서를 해 달라면서 참회를 한다. 신부는 용서는 해 줄 수 있지만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함을 알려준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동료 세 명이 한 집에 살면서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 한 명을 두었다. 가정부는 매일 청소와 요리를 해 주었는데 한 가지만 빼고는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술병의 술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으로 ‘가정부가 몰래 술을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들은 가정부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술이 남은 병 안에 오줌을 눠서 채워 넣었다.

그리고 선반 위에 올려놓고 며칠이 지났는데 술병의 술은 여전히 줄고 있었다. 그래서 가정부에게 술을 마셨느냐고 물으니까 "전 마시지 않았습니다. 요리할 때 자주 사용했는데요."

우리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있다면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서 풀 수 있다. 그런데 얘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편견을 가지고 판단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그 결과가 자기 자신에게 그대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 오해와 편견은 많은 사람에게 아픔과 상처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지금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뉴스의 홍수 시대다. 가물어도 마실 물이 귀하지만, 홍수 때도 마실 물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자기편 만들기의 여론형성에 정신 못 차리는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정치꾼들이 네 편, 내 편 편 가르기 집단주의에 혈안이 되어있다. 조폭연루설, 음주범칙금, 명낙 대전, 탈원전, 불량식품, 후꾸시마, 박쥐, 까마귀 등 무차별적 네거티브 공방이며 멸치, 고등어, 돌고래, 숭어, 망둥이가 등장하는 때아닌 어물전이 되어 우리 모두를 짜증 나게 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할 말 못 할 말이 있다. 우리말에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는 속담도 있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멸시하고 자기 견해만을 고집하며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자기말의 합리화를 위해 애쓴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믿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속성이 있다. 또한 같은 말이라도 듣기에 따라 정감이 가는 말이 있고 비꼬거나 불만스러운 느낌이 되기도 한다. 이를 말투라고도 하는데 내 말투 때문에 상대가 상처를 받아서도 안 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흑백논리로 꼬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대화뿐인데 그런 대화가 점차 실종되어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정책 소신에서도 허위사실과 음해가 난무하고 저출산 인구감소나 초고령화의 눈앞에 닥친 국가적 위기와 세대 간 공존 문제, 노인복지와 일자리 등의 절실한 문제들이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자면 말 잘하는 지식보다 말 잘 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청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사자성어 ‘이청득심(以廳得心)’에서도 마음을 열고 들어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으니,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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