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사실 말했는데도 처벌된다?-명예훼손
[생활법률] 사실 말했는데도 처벌된다?-명예훼손
  • 시니어每日
  • 승인 2021.0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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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은 살면서 소소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 주차위반이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과 같이 과태료나 경범죄 수준에 그칩니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명예훼손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뒷담화’가 범죄가 되는 경우입니다. 특히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녹음하기 쉽고, 인터넷에 글을 올릴 경우 그 글이 바로 증거가 되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처벌이 잦아지는 추세입니다.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입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먼저 특정인에 대한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저 사람 인상이 참 안좋다” “하는 짓이 바보같다” 처럼, 사실이 아닌 평가나 느낌은 모욕죄가 될 수는 있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진실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죄가 될까요? 예를 들어 사람들 앞에서 “네가 바람 피워서 이혼당했잖아”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해야 할까요? 진실한 사실을 말했더라도 그 말로 타인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만약 허위의 사실이었다면 더 높은 형벌을 받게 됩니다.

다음으로 ‘공연히’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말은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퍼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말하면 명예훼손이 안 되는 걸까요? 우리 법원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말하더라도 그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가 널리 퍼질 수 있다면 명예훼손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이야기가 퍼질 가능성이 없다면 ‘공연히’라는 조건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에서 나온 사례를 한번 볼까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 A는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 B가 사무실에 찾아와 함께 대화 중이었습니다. 사장 A는 직원 C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마침 직원 C의 동거녀 D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동거녀 D는 사장 A에게 직원 C의 월급을 가불해 달라고 요청했고 사장 A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사장 A는 친구 B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D가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 하나가 장애인이래. 그런데 C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

문제는 이때 동거녀 D가 전화를 끊지 않고 있었고, 동거녀 D는 사장 A가 하는 말을 녹음하여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1심과 2심 법원은 사장 A의 명예훼손을 인정했습니다. A가 친구 B에게만 말했지만 B를 통해 이야기가 퍼져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친구 B는 직원 C와 그 동거녀 D가 누군지 전혀 몰랐습니다. 사장 A는 친구 B가 “누구와 통화했냐”는 물음에 답변하던 중 직원 C로부터 동거녀 D에 대해 전해들은 얘기를 한 것이었고, 이 얘기를 한 후 친구 B와의 대화는 바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또한, 당시 사무실에는 사장 A와 친구 B 둘만 있었고 친구 B는 동거녀 D에 대한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친구 B가 누군지 모르는 동거녀 D에 대한 험담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처럼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법원의 판단이 엇갈릴 만큼 명예훼손의 공연성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쯤되면 “겁나서 남 이야기는 함부로 못하겠다”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에 대해 불리한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해버리면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비판은 사라질 겁니다. 그래서 법은 명예훼손에 대한 몇가지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예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종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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