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명예훼손? 그럼 아무 말도 못해야 하나
[생활법률] 명예훼손? 그럼 아무 말도 못해야 하나
  • 시니어每日
  • 승인 2021.03.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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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좀더 쉽게 풀어 말씀드리면 명예가 훼손될 만한 어떠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널리 알리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헌법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입닫고 있어야 하는가? 잘못한 사람을 비판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나?”

맞는 말씀입니다.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법이지만 분명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형법과 법원은 명예훼손죄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알리는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이란 국가나 사회 또는 어떤 사회집단의 구성원들이 가지는 이익이나 관심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00재개발조합의 조합장 A가 조합의 공금을 횡령하여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를 안 조합원 B가 판결문을 복사하여 조합총회에 온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면, 비록 조합장 A의 명예는 실추되겠지만 조합원들의 이익과 관심에 대한 사항을 알린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다만, 형법은 진실한 사실인 경우에 한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허위의 사실을 알린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하여도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법원 역시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 같은 공인들에 대한 비판은 보호해 주려는 노력을 합니다. 최근 한기총 대표가 집회에서 대통령에 대하여 “간첩이다”,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 한다”고 발언하였고, 검찰은 한기총 대표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하였습니다. 한기총 대표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까요?

앞서 명예훼손죄가 되려면 진실이든 허위이든 어떠한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간첩이다”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 한다”는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명예훼손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달리 봤습니다. 법원은 위 발언에 대해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그 발언의 맥락 등을 고려하면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정도의 의미로 이해되거나 해석될 수 있다”면서 “피고인의 발언은 공적인 인물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표명이나 수사학적인 과장으로 보인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한기총 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의견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이런 발언은 어떠한 '사실'을 말한 것이 아니므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이 싫어하는 지인에 대해 “간첩이다”라고 말해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법원이 한기총 대표에 대해 위와 같은 판단을 한 배경은 명예훼손의 상대방이 공적인 인물인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공적인 인물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을 한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여 수사를 받게 된다면 먼저 피해자와 합의를 하시길 권합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반대하면 처벌할 수 없는 죄입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피해자가 처벌에 반대하도록 한다면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명예훼손을 한 사실이 없다면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합의를 했다는 사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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