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10년전 떼인 국밥값 받을 수 있을까?
[생활법률] 10년전 떼인 국밥값 받을 수 있을까?
  • 시니어每日
  • 승인 2021.01.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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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음식값 숙박료 등 채권의 소멸시효는 1년
채무자가 "갚을게요(승인)"하면 시효 중단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우석은 가난한 고시생 시절 돼지국밥값을 안 내고 도망갑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판사가 되어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송우석은 국밥집 아주머니를 찾아가 사과하며 국밥 값을 치릅니다. 영화 속 감동적인 얘기지만 변호사의 시각으로 좀 비틀어 볼까요? 만약 판사가 되어 부산으로 돌아온 송우석을 알아본 국밥집 아주머니가 송우석을 붙들고 "10년 전 안 내고 도망갔던 국밥 값을 이자를 쳐서 내놔라" 한다면, 과연 송우석은 국밥 값을 내야 할까요?

법학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적용되는 것이 소멸시효입니다. 소멸시효는 채권을 일정한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장기간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권리가 있었는지 여부도 불분명해지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과거의 일로 계속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또한 자기 권리를 장기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자를 문책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그 위에서 잠을 잤으니 법이 구제해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멸시효 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입니다. 다만 좀 더 짧은 기간이 적용되는 권리도 있습니다.(표 참조)

위 사례에서 국밥집 아주머니는 송우석에게 국밥값을 내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값은 1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송우석이 국밥을 먹고 도망친지 1년이 지나면 더 이상 국밥값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럼 국밥집 아주머니는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요?

소멸시효 기간이 끝나기 전에 '청구'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이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됩니다. 소멸시효의 중단이란 이미 진행된 시효기간을 없던 것으로 되돌리고 다시 1년의 시효기간이 진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청구란 주로 재판을 통해 청구하는 것을 의미하고 재판없이 단순히 "돈 내라"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효력이 미약합니다. 또 얼마 하지 않는 국밥 값을 위하여 남의 재산을 압류하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모기 잡으려고 대포를 쏘는 격입니다. 그래서 이런 때는 '승인'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승인'이란 채무자 스스로 채무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멸시효 기간인 1년이 가기 전에 송우석을 찾아가 국밥값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송우석으로부터 “알겠습니다. 다음에 돈 생기면 갚을 게요”라는 답을 듣는 것입니다. 송우석이 스스로 국밥 값 채무를 인정한 것이 되기 때문에 '승인'의 효력이 발생하고 이때부터 다시 1년의 시효기간이 진행됩니다. 이때 증거를 남기기 위해 대화를 녹음하여 증거를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몰래 녹음하는 게 죄가 되지 않나 걱정하실 수 있지만 대화자 중 1인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송우석 입장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국밥값 채무를 인정하는 순간 그 동안 진행된 시효기간이 날아가 버립니다.

이종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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