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과 한이 트롯 한마당에서 자웅을 가리게 되었다.

창과 방패의 결투처럼 상상할 수 없는 모순(矛盾)이 발생했다.

춘추전국시대에 초나라 상인이 시장에서 자신의 창을 ‘그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는 다시 방패를 내보이며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 행인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묻자 상인은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용어가 창과 방패, 모순(矛盾)이다.

‘미스터트롯’은 ‘미스트롯’에 이어서 모방송사에서 새해 벽두부터 시작하여 인기리에 진행되어 온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백명의 트롯 가수 들이 참가하여 회를 거듭하면서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 장안의 화제이다. 준결승 1, 2부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7인(임영웅, 이찬원, 영탁, 정동원, 김희재, 김호중, 장민호)의 가수들이 선정되어 지난 3월 12일 결선을 치렀다. 결선 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가수들이 작곡가 미션과 인생곡 미션을 불러서 10인의 마스터와 대국민 평가 점수를 합하여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작곡가 미션에서는 인기 작곡가들이 제작한 신곡을 가수들이 제각기 골라서 열창하였다. 이어진 인생곡 미션에서 김호중 군은 자신을 성악의 길로 인도해 준 스승에 대한 은혜를 담은 노래 ‘고맙소’를 불렀고, ‘막걸리 한잔’으로 유명세를 탄 영탁 군은 오랜 무명 시절을 참고 견디게 해 준 노래에 애정을 담아서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열창했다. 대학생 이찬원 군은 아버지의 추천곡 ‘18세 순이’를 불러서 코로나 사태로 방청객이 빠진 좌중의 분위기를 일신하며 흥겨운 한판으로 몰고 가 ‘순이∽’를 연호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미 ‘진또배기’, ‘울긴 왜 울어’와 같은 곡들로 여린 이미지와 달리 풍부한 성량과 구수한 꺾기로 평가단으로 부터 트롯계의 신성으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준결선에서 1위로 진출하여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임영웅 군은 작고한 아버지의 애창곡인 ‘배신자’를 불렀다. ‘얄밉게∽ ’, 초저음으로 시작한 첫 소절에서 그는 벌써 깊은 회한의 늪에 빠진 듯, 평가단들과 동료들의 가슴을 졸이며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윽고, 춘삼월 제비처럼 가볍게 솟구친 그의 원망과 애원은 희로애락의 다양한 표정과 함께 대회장을 경쾌하게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흥겹게 달아올랐던 경연장이 서리서리 감겨오는 그의 한기에 금세 숙연해졌다.

‘미스터트롯’ 점수 집계표 <필자 제작>

성명	마스터점수(50%)		국민투표(50%)		총 점	최종 순위
	1R	2R	응원 (20%)	실시간 (30%)
임영웅	925	965	800	1200	3890	진
영탁	947	935	780	863	3525	선
이찬원	941	976	790	746	3453	미

 

모든 미션이 끝나고 공개된 마스터들의 점수는 이찬원이 1위, 그리고 임영웅과 영탁의 순이었으나 임영웅 군이 국민투표에서 최고득표율을 기록하여 실시간 투표 득표수에 따라서 최종 순위가 결정될 참이었다. 그런데 오디션 방송 역사에 유례없는 8백만에 가까운 국민 투표로 방송사의 서버가 셧다운 되고 말았다. 열화와 같은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어린 독촉으로 예정에 없는 최종 발표 프로그램이 이틀 후에 결선 무대에 선 7인의 가수들이 전원 출연하여 진행되었다.

안타깝게도 중간 점수 집계 결과 1위를 한 아마추어 트롯맨 이찬원 군은 3위로, 3위의 영탁 군이 2위, 그리고 국민 기대주였던 임영웅 군이 최고 득표율을 얻어서 우승하였다. ‘미스터 트롯 선’과 ‘미스터 트롯 미’에 당선된 영탁 군과 이찬원 군은 코로나19의 지역 감염 확산으로 피해와 고초를 당하고 있는 고향 사람들과 부모님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했다. 결선 대회가 아버지의 기일(忌日)이었다는 ‘미스터 트롯 진’ 임영웅 군의 소감에 출연진과 시청자들은 또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기적 같은 아버지의 선물로 임영웅 군의 한(恨)이 봄눈처럼 녹아서 참된 흥(興)으로 승화(昇華)되어 국민들을 더욱 즐겁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팁(Tip)

안구건조증 특효약 : ‘바램’,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보랏빛 엽서’, ‘배신자’, 임영웅 가요 모음, 인터넷 유튜브(YouTube)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