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지교(水魚之交)
수어지교(水魚之交)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2.19 11:3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준호와 송강호

패러싸!”,

붉은 드레스를 입은 은발의 여배우가 외치자, “하는 기립박수의 물결 가운데, 산적 같은 사내가 곰 같은 사내의 목덜미를 잡고 껴안고 주저앉는다.

곰같은 사내는 봉준호 감독, 산적은 배우 송강호이다.

호호브라더스’, 무명 시절에 아쉽게 헤어졌지만, 따스한 삐삐 문자가 인연이 되어서 두 사람은 살인의 추억(2003)에서 부터, 괴물(2006),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과 같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대작들을 만들게 된다.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을 수상하고 이외에도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과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등, 국제영화제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며 영화사에 길이 빛나는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삼국지에서 유비는 삼고초려(三顧草廬)하여 초야의 제갈량을 군사로 삼아서 매사를 상의하고 친밀하게 지내게 되는데, 이에 관우와 장비가 불만을 토로하자, 유비가 나와 공명 선생은 고기와 물의 관계와 같다(孤之有孔明 猶魚之有水也).” 라고 하였다.

유비는 공명의 지략 덕분에 천하를 삼분하여 촉나라를 세웠지만, 이릉대전에서 패하여 죽음에 이르고, 공명은 유훈을 받들어 청사에 길이 남을 출사표(出師表)를 올리고 북벌에 나선다.

그린북(Green Book)’은 전설적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Don Shirley)와 백인 운전 기사 토니 발레롱가(Nick Vallelonga)의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로, 바로 지난 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그린북 표지(위키 백과)
그린북 표지(위키 백과)

위험하기 짝이 없는 미국 남부 지역 콘서트를 위하여, 셜리는 실직한 건달 출신의 토니를 운전기사로 고용하게 된다. 최상류층 흑인 뮤지션과 이탈리아 이민자인 백인 건달 사이의 오월동주(吳越同舟) 같은 남부 여행이 거듭되면서 둘 사이에는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켄터키치킨을 승용차 안에서 나눠 먹으면서 친밀도를 더해 가는 장면은 압권(壓卷)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정식 이름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상인데, 매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여 회원들이 투표로 그 해의 수상작을 선정한다. 오랫동안 백인과 남성 위주의 수상으로 비난을 받아 왔는데, 최근 문호를 개방하여 세계적으로 8,000 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유명 감독과 인기 배우들도 참여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기생하던 한국 영화가 백주년을 맞아서 세계무대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공생하게 되었다.

 

그린북(Green Book) :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1960년대 미국 남부를 여행하는 흑인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의 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