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斷腸)의 인생곡(人生曲)
단장(斷腸)의 인생곡(人生曲)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12.30 10:00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가수 박창근 씨의 ‘엄마’와 미스터 트롯 임영웅 씨의 ‘배신자’

약 3개월 동안 진행되어 온 TV 조선의 가요 오디션 ‘내일은 국민가수’ 에서 대구 출신 포크 장인 박창근 씨(1972∽)가 제1대 국민가수로 등극했다.

깊은 동굴 속에서 나지막하게 울려 나오는 듯한 음성으로 그는 김광석의 노래 ‘그날들’을 불러서 예선에서 평가단의 올 하트를 받았다. 이어진 본선과 준결승전에서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 장현의 ‘미련’을 부르며 줄곧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인생곡 미션의 결승전에서 그는 의외로 자작곡 ‘엄마’를 선택했다. 그에게 생명을 주고 용기와 희망의 등불이 되고 오랜 세월 버팀목이 되어 준 모습들을 주마등처럼 연상하면서, 그는 애절하게 ‘엄마∽’를 다양한 음조(音調)로 연호하면서 노래를 마쳤다.

‘인생곡에 엄마는 반칙…’ 운운하는 평가단의 냉정한 코멘트와 함께 중간 집계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애절한 부름에 방방곡곡의 무수한 엄마들이 화답해서 그의 기호 럭키세븐을 표시한 문자를 빛의 속도로 보냈다. 심금을 울린 단장의 인생곡 덕분에 박창근 씨는 실시간 문자투표에서 무려 5십만이 넘는 표를 얻어서 단숨에 전세를 뒤엎으며 국민가수로 선발됐다.

창자가 끊어지는 애절하면서도 아픈 이별과 슬픔을 의미하는 단장(斷腸)은 중국 세설신어(世說新語)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새끼 원숭이를 포획해가는 배를 따라 험하기 짝이 없는 장강 계곡을 쫓아가면서 울부짖다가 탈진해 쓰러진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졌다고 한다.

우리 가요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철삿줄에 묶여서 북한으로 끌려가는 남편을 미아리 고개에서 이별하는 애통한 사연을 담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미스터 트롯’ 오디션에서 우승한 임영웅 씨(1991∽)는 인생곡으로 가수 도성의 ‘배신자’를 불렀다. 공교롭게도 결승전 날이 아버지의 기일이어서, 어머니를 대신해서 그는 사랑의 맹세를 지키지 못하고 일찍 타계한 아버지를 애타게 원망하는 인생곡을 부른 것이다.

애절한 노랫가락에 가슴이 먹먹해진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문자투표 덕분에 중간 성적 2위이던 임영웅 씨가 역전하여 우승했다.

지난 26일, KBS 방송이 주최한 송년 단독콘서트에서 그는 주옥같은 인생곡들을 더욱더 애절하게 열창해서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입하도록 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것에 더해서 오늘의 영광이 있게 해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 그만큼 더해진 까닭이었을 것이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시면 근원을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