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링-행복한 가정] 위암 투병 10년, 아내와 7명 동생들 떠나려니....
[카운슬링-행복한 가정] 위암 투병 10년, 아내와 7명 동생들 떠나려니....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6.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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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중반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시골 할머니 손에서 개구쟁이로 자랐고, 아버지는 군 소재지에서 형사로 근무하면서 처녀와 재혼을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남긴 갓 돌 지난 막내 동생은 고모가 다니던 중학교도 그만두고 애지중지 길렀습니다. 지금은 무역상을 하고 있는 동생입니다.

아버지는 4명이 있는 자식에다가 재혼하여 4명 동생을 낳았고 그 뒤 새어머니는 정신적인 질병을 얻어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그 뒤는 소식이 없답니다. 성질이 급한 나를 비롯해 동생들 돌보느라 하루 세끼 챙기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일일이 보지 않아도 새어머니도 고생이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처 자식이 하나만 있어도 요사이 같으면 누가 오겠습니까? 우리 형제 8명은 그런 환경 속에서 서로 눈치껏 욕망과 분노를 누르며 살았습니다. 그 뒤에도 아버지는 형사로 살면서 여자를 계속 만났고 결혼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만나는 여자를 우리는 모두 어머니라고 불러야 했습니다.

동생들에게 밀려 고교를 졸업 후 면 소재지 중학교에서 행정직으로 있으면서 결혼을 했습니다. 그동안 아들 딸 둘을 낳아 아들은 누구나 다 선망하는 서울대학교 의대에 진학했고, 딸도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유학하여 회계법인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생들 이야기 좀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바로 밑에 여동생이 결혼하여 자식 하나를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났고요, 교사, 간호사, 무역상, 사장, 경찰 등등 여러 방면에서 자기 일을 하며 자기다운 길을 개척하고 살아갑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란 저는 자식과 동생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늘 좋은 일만 있다면 무슨 상담이 필요했겠습니까? 내가 위암을 앓은 지가 10년을 넘어가고 있는데 두 번 재발되어 서울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위암 실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럭저럭 지나는데 언제 떠날지 모릅니다. 불행하게도 새어머니가 낳은 첫째 동생이 폐암으로 지금 고생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산소(무덤)가 잘못되었다고 아우성입니다. 미신을 믿지 않지만 동생들과 집안에서 모두 그러니 산소를 다 정리하고 납골당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마음이 좀 편합니다. 모두가 원하는 일을 했으니 언제 죽더라도 걱정이 없습니다. 남을 아내 걱정은 조금 됩니다. 그 많은 시동생 시누이들이 전과 같이 잘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동안 나 때문에 10년 이상을 마음 졸였을 아내를 생각하면 불쌍하고 마음 아픕니다. 자기 살 것은 다 마련되어 있고 군 소재지지만 아파트도 있고 아들 딸들도 잘 되어 있으니 일차적인 걱정은 없습니다. 이렇게 인생이 끝나는 것인가 싶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동생이나 자식이 좋은 곳에 합격할 때가 가장 기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병동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자나간 좋은 일만 생각하고자 합니다. 늘 마음 가득 품고 있는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생각들로 우울하곤 했는데 다 털어 놓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나도 죽으면 납골당으로 갈 것입니다. 의사의 회진 시간입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조언드립니다.

사는 게 뜨거운 사막길을 걸어가는 순례자같다고 누가 말했습니까? 참 비유가 적절합니다. 사람의 고통과 분노도 전염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글거리는 분노는 말 그대로 불과 같아서 순식간에 산야를 태울 수 있지만 초기에 잡을 수 있도록 제어해야 합니다. 급한 성질이라 하셨는데 분노인들 왜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대범하게 잘 대처하셨고 동생들과 자식들이 잘 되어 있으니 얼마나 큰 다행입니까? 삶 그 자체가 치유되어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그 많은 상처와 분노가 삶의 경험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새로이 보는 전환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도 있었겠지만 잔잔한 분노들이 켜켜이 쌓이고 욕망을 제어시키는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고뇌 속에서 일평생을 보내셨을 것입니다. 암이란 놈이 언제 어느 때 데려갈지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을 10여 년의 시간들. 동생마저 폐암과 전쟁 중이라니 내담자의 암흑같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맏이로서 얼마나 답답하고 이야기 할 곳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전화했겠습니까? 많은 위로를 드립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시간에도 지구의 공전과 자전은 쉬지 않고 우주의 법칙을 지킵니다, 우리는 딱한 일이 생겼을 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말하지 않습니까? 기쁘거나 슬프거나 죽을 것 같은 시간도 다 지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칠 것 같지 않은 푹풍이 지나면 곧 잠잠해 지듯 고통스런 시간이 지나면 평화와 고요가 찾아올 것입니다. 삶의 반복이 그것이 아닐가요? 그냥 시간에 맡겨 두십시오. 그 틈새의 시간을 즐기십시오. 그래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참 잘하고 계십니다. 내 생에 가장 좋았던 일. 눈물 나도록 고마웠던 일. 아무리 생각해도 감사해야 했던 일을 떠올려 주십시오. 나한테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일은 스스로 용서해 주시고, 내가 용서 받아야 할 것은 살아있을 때 용서를 구하십시오. 아내에게도 내게 시집 와 고생만 했다고, 먼저 가게 될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씀해 주십시오. 자식이나 동생들에게도 때론 섭섭함도 있지만 내 자식과 동생으로 태어나 사막길을 같이 걸어 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같이 해주십시오. 살아오면서 참 긴 세월 동안 조마조마한 시간은 얼마였으며 가슴아픈 일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어깨에 얹혀 있던 많은 짐 훌훌 털어버리시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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