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시 르포] 휴스턴 3- 메닐 컬렉션을 찾아서
[미국 도시 르포] 휴스턴 3- 메닐 컬렉션을 찾아서
  • 전용희 기자
  • 승인 2024.05.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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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닐 부부의 개인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미술관
- 국립 미술관급 수준 예술품 전시
- 수메르 문명에서 현대까지의 그림, 조각 등 19,000점 소장
- 이탈리아 거장 렌조 피아노가 건축 설계
- 로스코 채플, 사이 톰블리 미술관 등 인근에 위치

휴스턴 시내 몬트로즈(Montrose) 지역 주택가 한 가운데에 위치한 미술관 바로 옆에는 파란 잔디가 있는 메닐 공원이 있다. 녹지 공간을 끼고 있는 메닐 컬렉션(The Menil Collection)은 30 에이커 (약 36,700 평) 규모로 조성된 메닐 캠퍼스의 한 부분인 갤러리 공간으로, 프랑스계 미국인 미술 수집가인 존(John)과 그의 부인 도미니크 드 메닐(Dominique de Menil, 1908-1997)에 의하여 수집된 미술품들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는 다르게 전시관 건물은 인근에 있는 일반 주택과 비슷한 모양의 단층구조로 돼 있었다. 메닐 캠퍼스에는 주 건물외에 로스코 채플, 사이 톰블리 갤러리, 드로잉 인스티튜트 등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메닐 컬렉션 선임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미셀 화이트(Michelle White)는 그녀의 에세이에서, 휴스턴은 예술이 있는 도시이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이유라 했다. 석유와 같은 천연 자원으로 성장한 도시이지만, 그녀가 말했듯이 휴스턴은 20개가 넘는 박물관, 미술관, 문화센터를 품고 있는 문화예술 도시이다. 그 중에서 국립 미술관에 견줄만한 수준의 정상급 예술품의 보고로 알려진 메닐 컬렉션과 그 주변을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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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닐 컬렉션의 본관. 전용희 기자

메닐 컬렉션은 다양하고 탁월한 작품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이 미술관은 1987년에 존과 도미니크 드 메닐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고대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아우러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었던 수메르(Sumer) 문명부터, 비잔틴, 중세 및 원주민 부족 예술과 20세기 중반 작품까지 여러 시대 작품들을 포함한다. 그림뿐만 아니라 장식품, 사진, 조각, 드로잉 등 19,000점 가까운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파블로 피카소,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잭슨 폴록 등과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포함하며 앤디 워홀, 마크 로스코와 사이 톰블리와 같은 당대의 예술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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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주택과 비슷한 모습의 미술관 전경. 전용희 기자

메닐 컬렉션의 건물은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설계했다. 그는 1937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그의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 많은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표적인 다른 작품으로는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가 있다. 건축 재료가 외부로 드러난 퐁피두 센터의 다소 극단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메닐은 좀 자제되고 성숙한 설계가 적용되었다. 걸작품은 건물안에 있지만, 미술관 겉 모습은 소박해 보인다. 

이 건물은 피아노가 미국에 지은 첫 번째 건물이다. 주변의 주택과 잘 어우러져 평화롭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위한 설계로 유명하다. 이처럼 렌조 피아노에 의해 설계된 미술관은 건축물과 주변 환경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한다. 건물은 자연광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작품들을 강조하고 관람객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자연광은 도미니크 드 메닐의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미술관 전부를 단층으로 구성하고, 건물의 외관은 단순하고 현대적으로 설계하여, 메닐 컬렉션의 아름다운 작품들과 조화를 이루어 더욱 돋보이도록 했다.

나무를 가로로 배치한 주변 주택의 옆면에 적용된 스타일대로 벽면을 구성하였고, 지붕 아래에 기둥이 나와있는 포치(porch)라는 공간도 주택과 비슷하게 적용했다. 지붕에는 텍사스의 강렬한 햇빛을 분산시키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설계를 했다. 뜨거운 태양을 길들여 빛의 효과가 그때그때 달라지도록 만들었다. 빗물을 막기 위해서는 상부에 유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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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닐 컬렉션 주변에 있는 조각. 전용희 기자

메닐 컬렉션의 이름은 존과 도미니크 드 메닐 부부의 이름에서 따왔다. 존 드 메닐과 그의 부인인 도미니크 드 메닐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예술 애호가 부부이다. 도미니크는 미국 텍사스 석유 재벌인 슐럼베르거(Schlumberger) 가족의 일원으로, 그들은 예술과 종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모던 아트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메닐 부부는 메닐 컬렉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및 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등을 포함하는 많은 예술가의 작품을 수집했다. 그들은 예술의 힘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데 헌신했으며, 특히 미술을 통해 사회적 변화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메닐 부부는 휴스턴에 땅을 매입하여, 메닐 컬렉션을 설립했다. 그 후 부속 건물을 증축하고, 여러 예술품으로 확장하여 수집했다. 

메닐 컬렉션은 다른 미술관과 비교하여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아우러는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작품을 다루는 전통적인 미술관과는 다르다. 비평주의, 추상주의 등의 현대미술 운동에 중점을 두고 있어 다른 미술관과는 차별화된다. 렌조 피아노가 디자인한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축물로, 자연광을 활용한 공간과 조화로운 디자인도 특징이다. 이는 다른 전통적인 미술관의 건물과는 구별되는 모습이다. 메닐 컬렉션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대중에게 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점도 다른 유료 미술관과 차별화된다 볼 수 있겠다. 비영리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예술과 문화의 보존과 보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미술관과는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메닐 컬렉션이 다른 미술관과 구별되는 요소들이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대 미술관의 하나로 인정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닐 컬렉션과 로스코 채플 내부에서는 촬영을 금지했다. 전시된 작품을 하나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오롯이 두 눈으로 보고 마음 속에 새겨야만 했다. 오히려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 왔다. 작품이 너무 많고, 시대의 스펙트럼도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부터 현대까지 광범위한 것이었다. 메닐 컬렉션에 대하여 공부를 더 하고 갔더라면 보석 같은 작품들을 잘 보고 이해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메닐은 웹 페이지를 통하여 온라인으로 일부 컬렉션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에 링크를 게시한다.

- 메닐 컬렉션 온라인 관람 링크

아프리카 미술 

* 미국과 북서 태평양 미술

고대 미술

태평양제도 미술

드로잉 컬렉션

중세와 비잔틴 미술

근대와 현대 미술

초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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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 채플과 바넷 뉴먼의 'Broken obelisk'. 전용희 기자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은 휴스턴에 위치한 유명한 예술 공간으로, 현대 미술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작품과 의례를 위한 장소로 활용된다. 1971년에 개관한 이 채플은 로스코의 작품 의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경험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세계적인 예술 명소로서도 손꼽히고 있다.

마크 로스코가 채플의 설계에 직접 참여했지만, 채플 개관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 공간은 팔각형의 벽돌 건축물로 되어 있으며 14점 (작품명: 경건)의 검푸른빛의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로스코의 작품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천정에 설치된 12장의 삼각형 유리창을 통하여 건물안으로 들어온 빛과 그 빛이 만드는 그림자가 오묘하게 흑백의 조화를 만들어 주었다. 로스코는 이 공간을 '예술로서의 성소'로 설명했으며, 관람객 누구라도 사색과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자신과의 대화 공간이기도 하다.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정신적으로 충전을 하고 가는 장소이다.

로스코 채플 앞에 있는 'Broken obelisk'는 미국의 조각가 바넷 뉴먼의 작품으로 시민권 지도자인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추념하기 위하여 만들었다. 이 조각은 인권, 사회 정의에 대한 채플의 책무를 나타내고 인간의 고뇌와 영적 사유에 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채플 내부의 사진 촬영도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내부 모습을 웹페이지를 통해서 본다. 

로스코 채플

 

로스코 채플의 벽에 있는 '경건'이란 14개의 연작품은 미술을 잘 모르는 기자에게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성스러운 장소에서 왠지 모르게 영적으로 다가오는 그림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곳이 로스코가 꿈꾸던 그림만을 위한 종교적 신앙적 영적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이 톰블리 갤러리는 문이 닫혀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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