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아침 운동 못 하게 막는 일부 지자체
시니어 아침 운동 못 하게 막는 일부 지자체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4.06.09 07: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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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 이유로 아침에 구장 통제
개장하는 구장으로 동호인 몰려 풍선효과
무더운 날씨에는 아침 운동 적격
분산 이용으로 낮의 혼잡 경감효과
모든 구장 아침에 개장해야

안전관리 명분으로 아침 구장 통제

시니어들은 대체로 새벽잠이 없다. 아침 운동으로 파크골프를 치는 것을 낙으로 삼던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6월부터 아침에 구장 이용을 금지한 탓이다. 매일 하던 아침 운동을 할 수 없어진 것이다.

달성군 관내 모든 파크골프장이 7시에 정식 개장하면서 그 이전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구장 출입을 금지했다. 관리 기관인 달성군 시설관리공단에 왜 그런지 문의했더니 공단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 동안의 안전 관리상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이제껏 아침 운동 동호인들은 자율적으로 질서를 지키며 운동해 왔다. 관리라면 시설공단 직원들이 잔디 깎고 출입자 통제 외에는 크게 할 게 없지 않은가?

그들이 근무한다고 해서 사고가 덜 나지도 않는다. 기실 사고는 낮 동안에 거의 생긴다. 또한 사고가 났다고 해도 공단이 변상 또는 책임진 일이 거의 없다.

무더운 날씨에는 아침 운동이 적격

무더운 여름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른다. 그렇지만 햇볕이 없거나 약한 아침저녁에는 한결 시원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시니어는 새벽잠이 없어진다. 새벽형 인간이 된다.

낮에 치면 된다지만 우선 새벽형 인간에게는 생체리듬이 맞지 않는다. 아침에 운동하고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낮에는 무덥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몰려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제대로 운동이 되지도 않는다.

여름철은 낮이 길어 5시면 해가 뜬다. 오후 7:40이나 되어야 해가 진다.

정식 개장 시간까지 충분히 운동할 수 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아침에 운동하는 걸 막는 기관이 왜 필요한가? 가뜩이나 체력이 약해지는 시니어들이 무더운 대낮에 나와 운동하다 열사병에라도 걸리면 왜 무더운 한낮에 나와 운동하느냐고 퇴박할 건가. 아마도 ‘혹서기 휴장 시간 연장’이란 손쉽고 틀에 박힌 규정을 만들어 낮 운동 시간마저 줄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호인들이 칠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고 엄청나게 혼잡할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풍선효과

그래도 다행히 새벽에 개장하는 곳이 있다. 수성구의 수성 구장과 팔현 구장, 그리고 북구의 검단 구장, 달성군의 서재 구장 정도이다. 달서구의 수림 구장과 강창 구장도 개장하긴 하나 타지인은 입장을 불허한다.

대구시 공식 구장인 강변 구장은 회원들의 계속된 요청에도 아침에 개장하지 않는다. 아침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오래된 습관을 바꿀 수 없다. 자기가 이용하던 곳 출입을 통제하면 가능한 곳을 수소문하여 찾아가 운동한다. 그렇게 되면 몰려드는 타 구민들로 개장한 구장들의 평화는 깨진다. 불평이 터지면 그곳도 타지인 출입을 통제할 것이다. 악순환의 계속이다.

수성구 협회의 모범적 사례

수성구파크골프협회 남진수 회장은 동호인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수성구와 협의를 통해 협회가 5:30부터 9:00까지 관리 운영을 위임받았다. 남 회장 자신이 일찍 나와 문을 개방한다. 8:30에 출근한 시설공단 직원이 이어받는다.

협회는 회원 위에 군림하며 억지스럽고 군색한 사유로 통제하려고 하는 시설공단에 맹종하지 말고 다수 회원의 이용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감독관청에 전달하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건의하여 수행하는 실천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대구시민, 대한민국 국민

사설 구장 외의 모든 공립구장은 비록 지자체가 주민을 위해 자체 예산을 투입하여 조성했지만 모두 국유지 위에 건설되었다. 해당 구장을 주로 이용하는 협회나 분회는 시설공단 손이 미치지 않는 잡초 제거, 보호망 설치, 잔디 보식, 비 온 뒤의 구장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당연히 그 예산 투자와 노력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내세워 타지역 동호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속 좁은 행위이다. 그 땅이 자기네 땅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식이면 자체 구장이 없는 중구와 남구 동호인들은 아예 운동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정히 보상을 원한다면 조례로 소액의 입장료를 책정하여 출입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구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어느 구장이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구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침 분산 이용은 낮의 혼잡 경감효과

시니어들의 체력상 아침에 운동하는 사람은 낮 시간대까지 운동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늘어나는 동호인으로 몸살 앓는 구장들인데 아침 시간대로 이용자들이 분산된다면 무더운 한낮의 혼잡을 경감시킬 수 있음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모든 구장은 아침에 개장해야

모든 행정 행위는 관리자 편의가 아닌 사용자 편의를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행정의 존재이유이다. 국민이 편안하도록 법률도 개정한다. 공단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라 안전관리가 어려워 개장할 수 없다는 '규정'을 핑계 대는 것은 너무 궁색하다. 누가 나라의 주인인가?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다. 관리자란 이유 하나만으로 주인인 이용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공복이 무슨 소용인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기들의 관리 편의와 책임회피만 생각지 말고 현장에 가서 직접 체험해 보고 협회 간부가 아닌 실제 이용자들의 민의를 수렴한 후에 합리적이면서 적극적인 주민편의 행정을 펼쳤으면 한다. 다행히도 문의전화를 받은 담당자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부디 긍정적인 마인드로 검토하여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시원한 아침 시간대에 안전관리를 이유로 구장을 폐쇄함은 비효율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다. 모든 구장은 동호인들이 아침에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