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 명화극장 ‘인생의 종착역’
대백 명화극장 ‘인생의 종착역’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3.11.17 18:1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작가 오 헨리 헌정판, 원제 ‘O. Henry’s Full House‘
영화 O. Henry’s Full House 포스터. Wikipedia
영화 O. Henry’s Full House 포스터. Wikipedia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프리미엄 홀에서는 매달 명화극장을 열고 있다.

11월 두 번째 월요일에는 ‘인생의 종착역’을 상영했다. 원제는 ‘오 헨리의 풀하우스(O. Henry’s Full House)로 소설가 오 헨리에 대한 헌정판이다. 오 헨리의 걸작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 등 5편의 단편을 20세기 폭스사에서 헨리 코스터와 헨리 하사웨이 등의 거장 감독들과 찰스 로튼, 마릴린 먼로, 리처드 위드마크 등의 유명배우들을 동원해서 1952년에 만든 흑백 옴니버스 영화다. 극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Jr. 1902∼1968)이 작품들을 소개하는 나레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57년도에 ‘인생의 종착역’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경관과 찬송가 The Cop and Anthem’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노숙자로 몰락한 소피의 뉴욕에서의 겨울나기 이야기다. 따뜻한 감옥에서 겨울을 지내기 위해 소피는 행인의 우산을 강탈하고, 숙녀를 희롱하고, 경관을 걷어차고, 고급레스토랑에서 무전취식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교회에서 찬송가를 들으며 회개하고 새 생활을 결심하는 순간 부랑자로 압송되어 90일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찰스 로튼이 노숙자 소피로 열연하며, 마를린 몬로가 거리의 숙녀로 등장한다.

‘나팔소리 Clarion Call’은 뉴욕의 경관이 강도가 된 옛 친구를 포박하는 이야기다. 경관 바니 우즈는 살인 증거품인 순금 연필갑이 친구 조니 케넌의 것임을 눈치채고 수소문해서 그를 만난다. 조니에게 자백을 받아내지만 조니는 바니에게 도박 빚 1천 달러를 상기시킨다. 낙담한 바니는 경찰서에서 신문을 보다가 뛰어나가서 시카고행 열차를 타는 조니에게 지폐 봉투를 건네주며 수갑을 채운다. 바니는 신문의 ‘나팔소리’에서 살인범에 대한 현상금 기사를 보았던 것이다. 악역으로 유명한 배우 리처드 위드마크가 조니 케넌 역을 맡았다.

‘마지막 잎새 The last leaf’ 는 오 헨리의 대표작으로 유명하다. 배우 지망생 존시는 실연을 당하고 눈보라 속에 쓰러져서 폐렴으로 병상에서 창가의 담쟁이잎을 세며 죽음을 기다린다. 언니 수는 위층의 주정뱅이 화가 베어먼에게 존시의 병환을 이야기하면서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애걸한다. 폭풍우가 멎은 아침에 굳건하게 버틴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존시는 삶의 의지를 회복하는데, 난데없이 앰블런스 경적이 귀를 찢는다.

‘붉은 추장의 몸값 The Ransom of Red Chief’은 두 사기꾼이 앨라배마의 외딴 마을에서 소년을 유괴하여 부모에게 몸값을 요구하다가 개구쟁이 소년에게 혼쭐이 나서 오히려 부모에게 가진 돈을 몽땅 주고 꽁지가 빠지라고 도망가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선물 The Gift of the Magi’은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처분해서 배우자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는 뉴욕의 가난한 젊은 부부 이야기다.

오 헨리(William Sydney Porter). Wikipedia
오 헨리(William Sydney Porter). Wikipedia

오 헨리의 본명은 윌리암 시드니 포터( (William Sidney Porter, 1862∼1910)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출생하고 자라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횡령 혐의를 받고 온두라스로 도피 생활을 한다. 아내의 임종을 지키려 귀국해서 연방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게 된다. 출옥 후 뉴욕으로 가서 본격적인 작가로 데뷔하여 4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10년 동안 300여 편의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집필한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뉴욕과 미국의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특히 의표를 찌르는 마지막 반전으로 독자들을 울고 웃게 한다.

대형 스크린에서 흘러간 명화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원작의 향기와 명화의 추억이 ‘인생의 종착역’으로 가는 열차에 브레이크를 걸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