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던타임즈’를 보다
영화 ‘모던타임즈’를 보다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3.03.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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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문화센터, 찰리 채플린 1936년도 코미디 무성영화
'모던타임즈' 포스터. 네이버 영화
'모던타임즈' 포스터. 네이버 영화

월요일, 이른 오후 시간의 백화점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에스컬레이터로 천천히 아이 쇼핑을 즐기면서 10층에서 나왔다. 번쩍번쩍하는 가구 전시장을 돌아서 프리미엄 홀 입구에서 천원 지폐 한 장을 기부함에 넣었다. 이백여 석 가까운 어두컴컴한 실내에 지공거사 내외와 몇몇 아베크족과 나홀로 영화학도들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영화 모던타임즈(Modern Times)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Sir Charlie Chaplin, 1889∼1977)이 연출과 감독, 주연을 맡아서 만든 1936년도 무성영화다. 산업사회와 기계문명, 대량생산과 대공황, 실직 등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이 영화로 인해 그는 영국과 미국의 주류 사회로부터 배척을 받아서 유럽에 정착해서 생활하게 됐다.

시계바늘이 6시를 가리키고 양떼들이 구름처럼 목장에서 밀려 나오고 근로자들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면들이 클로즈업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떠돌이 찰리(Tramp, 찰리 채플린)는 큰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서 쉴 새 없이 밀려 나오는 볼트를 렌치로 조이는 작업을 한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목표로 하는 경영자는 모니터로 공장을 감독하면서 생산을 독려하고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동 급식기계 도입을 검토하기도 한다.

'모던타임즈' 스틸 컷. 네이버 영화
'모던타임즈' 스틸 컷. 네이버 영화

특유의 표정과 팔자걸음으로 기행을 일삼는 찰리는 오일주입기로 동료들에게 오일을 뿌리고 여직원의 단추를 볼트로 착각해서 조이는 등의 행동으로 신경쇠약 판정을 받고 해고당한다. 길거리를 헤매다 공산당 시위 주범으로 오인되어 투옥되고 빵을 훔치는 소녀 개민(폴렛 고타드, Paulette Goddard, 1910∼1990)를 구해주면서 공터 빈집에서 꿈 같은 마이홈(My-home)을 경험하고, 무전취식, 백화점의 경비로 일하면서 소녀와 같이 롤러스케이트 활극을 벌이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댄서로 스카우팅이 되는 소녀를 따라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다가 사장의 눈에 들어서 찰리는 다양한 춤 동작과 노래로 공연을 하게 된다. 트위스트와 디스코, 마이클 잭슨의 문 워킹 등의 춤 동작이 채플린의 영화에서 비롯됐다고 하며, 그의 노래는 유성영화에 대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한 찰나에 가출 소녀를 쫓는 경관들로 인해 다시 거리로 쫓겨난다.

태양을 마주 보면서 손을 잡고 두 사람은 길을 걸으면서 다짐을 한다.

“힘을 내요!, 죽는다고 하지 말고, 우리는 잘할 수 있어요.(Buck up! Never say die. We’ll get along.)”

채플린과 고아 소녀 역의 고타드는 이 영화를 계기로 결혼한다. 뒷날에 합의이혼을 하지만 둘은 스위스에서 이웃사촌으로 사이좋게 생활한다. 1988년 채플린의 장례식에서 코타드는 추도사를 하기도 했다.

백화점을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 신천으로 내려왔다. 봄날, 사래 긴 밭을 갈아야 하는 노역(勞役)을 면제받은 지공거사가 석양을 안고 십리 보역(步役)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해오라기 한 마리가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부시게 수면 위를 날아 오른다.

'모던타임즈' 포스터. 네이버 영화
'모던타임즈' 포스터.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