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일기] (67) 시골 이장 서울 상경기
[이장님 일기] (67) 시골 이장 서울 상경기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3.04.0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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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기 모임하러 서울을 다녀온 이장
아들집 가는 길옆의 정부 기관들
청와대, 경복궁, 청계천, 남산 케이블카를 친구들과 둘러봄

회장님이 준비한 여행 안내서
회장님이 준비한 여행 안내서. 예윤희 기자
서울 친구들이 준비한 타올.  예윤희 기자
서울 친구들이 준비한 타올. 예윤희 기자

 

시골 이장이 서울 다녀오다!

모처럼만에 시골 이장이 서울을 다녀왔다.

봄가을로 모이는 초등학교 동기 모임이 올 봄에는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올해로 꼭 60년인데 회장이 서울에 있어 이번 봄 모임은 서울에서 열린다. 졸업은 50명 넘게 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있는 친구는 36명이다. 대구에 제일 많이 살고 서울, 부산, 청도에도 몇 명씩 산다. 서울 모임을 위해 모두들 당일날 같은 열차로 올라가자고 한다. 나는 전날 올라간다고 연락하고 개인행동을 했다. 새벽에 나와 올라갔다가 저녁 늦게 밤중에 도착하니 손자들도 보고 아들집에서 자고 천천히 내려오려고 그렇게 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일요일이라 큰 아들이 마중 나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서초3동으로 이사한지 4년이 되어 해마다 한, 두 차례 다녀 아는 길이라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짐이 있다고 나왔다고 한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서초 17번을 타면 바로 아파트 앞이다.

자가용을 타고 가면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이 나온다. 현직에 있을 때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으로 다녀온 기관들이다. 삼각지에서 좌회전을 하면 대통령실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조금 더가서 반포대교(아래쪽은 잠수교)를 건너면 조달청이 나오고 왼쪽으로 서울 성모병원이 보인다. 이어서 국립중앙도서관, 대검찰청, 대법원이 나오고 서울고등학교가 있다. 오른쪽으로 상문고등학교가 나오고 좌회전하면 아들이 사는 아파트이다. 서울역에서 약 9km 거리이다. 손자들과 반갑게 만나고 큰절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하던 큰절이라 중학생인 지금은 말 안 해도 잘한다. 저녁 잘 먹고 손자들과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D-day

드디어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다.

청도군 이서면 대전초등학교 제9회 졸업생 졸업 60주년 만남의 날!!

지난 가을에는 내가 회장이라 대구 시내 관광버스로 동대구역에서 화원 방면 낙동강 강정보쪽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26명이 모인다고 하더니 24명이 나왔다. 6개월만인데도 여학생은 얼마나 반가운지 큰소리로 안부를 묻는다.

청와대에서.  예윤희 기자
청와대에서. 예윤희 기자

 

모두들 편하게 다니라고 회장이 35인승 관광버스를 대절해 놓았다. 일정을 소개하고 첫 방문지 청와대로 향했다. 회장이 이곳에서 25년간 근무하고 이사관으로 퇴직한 곳이다. 이곳저곳 안내를 하니 따라 다니는 우리들은 더 이해가 쉽다. 단체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점심은 청와대앞 토속촌삼계탕!!

이름난 맛집인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예약한 우리들은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삼계탕 식당에서.  예윤희 기자
삼계탕 식당에서. 예윤희 기자

 

나더러 전임회장이라고 건배를 하라고 하는데 외국인 손님도 많아 조용히 하자고 말하고 내 인생 중 제일 작은 소리로 건배를 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경복궁을 향했다. 모두들 버스를 대절하기를 잘했다고 칭찬한다. 월요일인데도 관람객이 너무나 많다. 외국인도 많이 보인다. 한복을 빌려 입은 내외국인이 많아 보기가 좋았다. 몇 번 와본 경북궁이라 무릎이 안 좋은 나는 허리가 안 좋은 친구와 근정전에서 돌아나왔다. 발 빠른 친구들은 향원정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김천에서 도농 체험학습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을 데리고 6번이나 방문한 경북궁이다.

경복궁에서  예윤희 기자
경복궁에서 예윤희 기자

 

다음은 청계천으로 가서 1시간 정도 걸었다. 시골 출신들이라 흐르는 냇물 따라 걷는 것이 재미나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남산에 올라가 케이블카를 탔다. 월요일인데도 관광객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30분이나 되었다. 남산타워는 시간상 못타고 쳐다만 보고 내려왔다.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고 서울역 인근의 예약된 식당으로 갔다. 1970년에 시작한 전주전통음식점인 오복정이다. 육회비빔밥을 시키고 주당들은 안주로 콩나물국밥과 오징어무침을 따로 시켰다. 여학생 한 명은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하면서 모임마다 양주를 한 병씩 가지고 온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독한 양주부터 마시고 소주, 맥주, 막걸리를 기호대로 시켜 먹었다. 너도나도 한 잔씩 하니 술병이 수북이 쌓인다. 당뇨약을 먹는다는 핑계를 대고 딱 한 잔만 먹으니 술 회사 문 닫겠다고 놀린다. 우리 모임에서 내가 1~2등 주량이라서...

시간이 되어 서울역에 와서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나는 혼자 4호선을 타고 사당역에 내려 서초17번 마을버스를 타고 아들 아파트로 돌아왔다. 밤 11시경이 되니 카톡에서는 열차로 내려간 친구들이 집에 도착했다고 연신 소식이 온다.

이튿날 카톡단체방에서는 회장과 총무가 수고했다는 인사로 넘친다.

어서 가을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성질 급한 친구들도 인사를 올린다.

이 시간 나는 KTX를 타고 내려가는 중이었다. 급하지 않으면 무궁화를 이용하는데 오후에 한글교실 수업이 있어서 KTX를 이용했다. 동대구역에 내려 오르내려야하고 기다리느니 무궁화로 바로 내려오는 일이 많다.

 

매일 수도 서울에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모처럼 시골을 벗어나 서울을 다녀오니 새로운 기분으로 열심히 마을일과 집안일을 하는 이장이 되고 싶다.

청도군 이서면 대전초등학교 제9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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